8.
빛의 발자국은 그랜드바자르의 거대한 벽 앞에서 끊겨 있었다. 꿈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그곳에는 탈리아도 거대한 원뿔피리도 뭐에 홀린듯 눈이 시뻘게진 사람도, 베야의 이름을 알던 여인도 없었다.
'분명 여기에 거대한 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베야는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고는 다시 발자국이 끊긴 곳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의문. 왜 돌아가는 발자국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베야는 또 다른 가설을 세워야 했다. 날아갈 수는 없었을테니, 남는 가능성은 하나였다.
누군가 베야를 데려갔다.
"그러니까 네놈이 웬일로 모든 걸 알려주나 했더니만 그거였네. 필요한 게 있어서였어."
짓의 말에 베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탄이랑 오래 살아서 그런가? 너 하는 짓이 꼭 스탄같다?"
짓은 스탄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의심스러운 녀석이라며 싫어했다.
"네 말은 누군가 정신 없이 헤매는 널 데려갔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람바 할아버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넌 분명 '닫힌 문'을 통과해서 중앙광장으로 갔을텐데 발자국이 끝난 곳 어디에도 문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닫힌 문'을 볼 수 있는 호롱을 가진 이여야 하는데, 우리 바자르에서 그걸 가진 사람이라곤 람바 할아버지와 이 몸 뿐이니까. 맞지?"
짓은 이런 일에는 눈치가 빨랐다.
"맞아."
"가만! 그런데 그거 나일수도 있잖아? '닫힌 문'을 보는 호롱은 나도 있는데? 왜 내가 널 업고 침대에 눕혀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거야?"
베야는 곧장 답했다.
"이득이 없잖아."
시장의 일. 그중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득'이었다. 단 하나라도 이득이 되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 외에는 무의미했다. 짓이 베야를 구하는 일? 그것은 베야에겐 이득이 되는 것이었지만 짓에게는 손해만 끼치는 일이었다.
"람바 할아버지에게는 왜 그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짓이 물었다. 베야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내 할아버지니까.' 같은 감상적인 대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 람바 할아버지는 내가 없으면."
"네가 없으면?"
'외로워 질테니까'
베야는 스스로에게 답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