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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Oct 27. 2024

【소설】
놀러 오세요, 담담 놀이터에 #9.

내 멋대로 할래


10.

 "정말요?"


 "진짜요?"


 "거짓말 아니죠?"


 "놀러 온 거 맞죠?"


 "무르기 없기."


 "대박…." 세 아이는 저마다 하고 싶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혹은 할 수 있는 감탄사를 모으고 모아 발사했다.


 "응, 놀러 왔어."


 유연은 무해한 세 사람의 모습에 무장 해제되어 편한 마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시작은 즉흥극 같았다. 그날도 의뢰받은 놀이터 디자인을 하는 중이었다. 유연은 주로 상상력 파트를 담당했다. 의뢰받은 제한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놀이기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유연의 일이었다. 물론 유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은 없었다. 놀이터라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규제도 많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니 최대한 안전해야 했고 아이다워야 했다. 물론 유연은 일하는 내내 '아이답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코끼리 코가 여덟 개인 것도 아이답지 않은 것이었고, 갱깽이 왕국 같은 건 애초에 떠올리지도 말아야 했다. 그건 유해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유연은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다. 다행인 것은 유연을 스카우트한 사장이자 대학 직속 선배였던 제라드가 그런 유연의 창의력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라드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상력 때문에 취직도 못 하고 공모전만 죽어라 하고 있던 유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단순 수사가 아니라 진짜 손을 내밀었다. "필요하면 잡든지."라며. 유연은 덥석 그 손을 잡았다. 제라드는 너무 격한 반응에 놀랐고 지나치게 우악스러운 악력에 아파했다. 하지만 유연은 고마움의 마음을 감출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제라드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제라드는 그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제라드가 두 번째 눈물을 흘린 것은 유연의 퇴사 날이었다.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하지 못했으니,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하겠어요."라며 몇 개의 영화를 짜깁기한 듯한 대사를 남기며 유연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말을 단번에 이해한 이는 없었다. 그저 유연이 늘 하는 헛소리. 그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서 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 유연에게 "어디 가세요?"라고 묻는 이도 없었다. 유연은 기대했던 환송이라고 생각했다. 홀가분하기도 했고, 결심이 흔들릴 이유도 없겠다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 건 유연뿐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게 유연이 회사를 떠난 다음 날, 제라드는 오열했다. 받아 놓은 프로젝트가 몇 개인지 오랜만에 열 손가락을 펴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메인 디자이너가 사라졌으니, 눈물이 날 법도 했다.


 하지만 즉흥극에 성공한 유연은 조금 더 즉흥적인 시퀀스를 이어가 볼까 싶었다. 갑작스러운 여행 같은 것이 제일 쉽게 떠올랐지만 쉽게 떠오른 것이 정답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가지 답을 떠올리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는 유연은 결심했다.


 "그래, 놀러 가자."


 갑작스러운 유연의 고함에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할배와 할머니가 놀란 표정으로 유연을 바라봤다.


 "그…. 그래. 놀러 가자꾸나."


 언제나 유연의 말을 잘 들어주던 할머니는 유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어릴 때처럼 유연의 말을 들어주려 했다.


 "응?"


 그제야 사태가 파악된 유연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


 "할배, 할머니. 나 놀러 갈 거야."


 "지금도 잘 놀고 있으면서 뭘 그리 논다고 난리야?"


 할배의 말에 유연이 답했다.


 "특별한 곳으로 놀러 갈 거라고."


 그러자 할배는 "이비자며 몰타며, 모히토며….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곳들을 나열했다. 유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데 말고."


 "그러면 어디?"


 "교월리."


 할배와 할머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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