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왔으면 놀아야지
11.
빌보의 작업실은 그날도 시끄러웠다. 사람의 대화 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나무를 옮기고 자르고 붙이고 못을 박고 이음새를 붙이고 사포질하느라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전화벨 소리도 울렸다. "…. 그랬군."
빌보는 진지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도 처음 가는 곳이니까 잘 좀 봐주고 그래."
수화기 너머로 빌보만큼이나 나이 든 목소리가 들렸다.
"일 없어."
빌보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 그럴 자격도 없고."
빌보는 고개를 떨궜다.
"뭣이!?"
종료 버튼이 잘 눌리지 않았는지 전화기 너머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자격은 얼어 죽을 놈의 자격! 아무튼 일 생기면 당장 뛰어갈 테니 알아서 하라고. 알았어!?"
잔뜩 화가 난 목소리에 대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녀석... 성격과는."
빌보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하던 작업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문자가 도착했다.
"옜다, 자격증."
문자에는 이런 단순한 문장과 함께 메모지 사진이 담겨 있었다. 메모지엔 "네놈이 챙겨라. 그래도 된다."라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워낙 싶은 글이 적혀 있었다. 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유전자…. 내가 제명까지 못 한다. 제명에. 그렇지 에밀?"
빌보의 시선 끝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나무로 만든 멋진 양 전용 집이 있었다. 에밀은 그곳에 누워 있다 빌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한참을 빌보를 쳐다보았다.
12.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큰일이야."
유연은 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세 아이의 이름은 첫째가 남보, 둘째가 남포, 막내가 남교였다. 세 남매는 매일 몰려다니며 노는지 서로 완벽한 호흡이었다. 대본이 있는 것인지 말을 할 때도 정확히 나눠서 했고, 제스처도 군무처럼 딱딱 맞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유연은 입을 벌린 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니."
남보가 유연을 불렀다.
"응?"
"우리 이제 뭐 하고 놀아요?"
이번엔 남포의 차례였다.
"응?"
"놀러 왔으니까…." 이번엔 남교.
"응?"
"놀아야죠."
이번엔 합창.
"맞네. 놀러 왔으니까 놀아야지…"
유연은 한 번 중얼거리고는 소리쳤다.
"놀러 왔으니까 놀아야지!!"
세 남매는 동시에 눈이 동그래졌다.
"외쳐! 놀러 왔으니까!"
세 남매는 서로의 눈을 돌아보고는 소리쳤다.
"놀아야지~!"
<놀러 오세요, 담담놀이터에> 1부 끝.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