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맞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을 한 거였을 수 있다.
나는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행동만 크고, 실속이 없었을 수도 있다.
나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 그냥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했을 수 있다.
나는 책임감이 많은 게 아니라 내가 책임을 지기 싫어서 미리 상황을 없앴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가 이러한 생각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진짜 그랬던 것 같으니까.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의 상황에 맞게 시나리오를 짜고, 그 시나리오의 등장인물도 내가 정했다.
배우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나의 세계, 나의 이야기, 나의 기준에서
모든 주변 사람들을 배치해 가며 평가하고, 질타하고, 무시했던 것 같다.
조금씩.
무감각해지고 있다.
감각도 없고, 주변에 관심이 더 없어졌다.
오로지 나라는 인간에 집중하며, 그동안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르며 살아왔는지
처절하게 생각해 보고 곱씹어보고 있는 중이다.
어느 순간 문뜩, 이러다 정말 정신병이 걸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나의 세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까.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지만,
점점 나를 찾는 느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나를 지워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