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는 필수 가전이었어요.
식기세척기 에러코드가 뜨고,
출장서비스를 예약하였지만,
기사님이 오실 수 있는 날은
2주 후.
잠깐 동공이 흔들렸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으며
‘언제부터 식기세척기 있었다구.
이참에 없이 살아보자.‘며
긍정회로를 돌리며
2주는 무난히 흘러갔어요.
그 사이에 명절도 있었지만
음식도 덜하고,
외식도 해서
그럭저럭 잘 지나갔지요.
‘이러다 저 식기세척기 자리
수납장으로 복구하는 거 아냐.‘라는
아주 교만한 생각을 한 것도 잠시였어요.
기사님이 오시고,
부러진 날개가 원인이라며
교체해주시고 간 날,
와….
있다 없으니까
아니
없다 있으니까
그 소중함을 너무 느끼게 되었어요.
식기세척기가 이 정도까지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을 줄이야!
우선,
건조대 문제가 있었어요.
식기세척기 구입 이후에는
식세기 불가한 것들 몇 개만
말리면 되었기에
아주 작은 건조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식세기가 고장 나니,
아무래도 자리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우나마
식세기를 건조대로 이용하였지만
불편하긴 했어요.
그 다음은 손이 문제였어요.
전 고무장갑을 안 껴요.
그냥 맨 손으로 설거지 하고
좀 건조하다 싶으면
핸드크림 바르는 정도에요.
그런데 기름진 그릇들을
따뜻한 물로 설거지하고,
헹구기까지 하고 나니
매번 핸드크림을 안 바를 수가 없을 정도로
손이 건조해 지더라고요.
손끝이 거칠어지는 것도 물론이고요.
마지막으로,
오히려 물과 세제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어요.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때는
설거지 통에 그릇들을 불려서
표면만 매끈하게 부셔서
(그릇을 부시다, 부신다는 표현
요즘 분들도 아시려나 모르겠지만)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아주 뽀득뽀득하고 싹 건조되어서
나오잖아요
그런데 처음에 쓸 때는 잘 몰랐는데,
쓰다가 안 쓰고 다시 써보니
확실히 식기세척기를 쓸 때
물도 세제도 덜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식기세척기를 잘 사용해야겠다는
것이에요.
케어서비스를 받고 있긴 하지만,
평소에도 한번 더 들여다보고
더 예쁘게 보며 사용하려고요.
식기세척기는
필수였어요.
그냥 없이 살 순 있지만,
쓰다가 없이 살긴 힘든
식기세척기의 쓰임을
깨달았던 2주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