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 바뀌어요.
고민상담의 단골 소재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단점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하는 것이에요.
이거 하나면 고치면 진짜 좋겠는데,
어떻게든 고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일,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 바로
상대방을 바꾸는 거에요.
그리고 배우자를 못 바꾸듯,
나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번 회사는 퇴사하지 말고,
퇴사 당하지도 말고,
성실히 다니길‘ 바라면,
이건 결국 파국이에요.
왜냐하면, 꾸준히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회사를 성실하게 다닐리 만무하고,
퇴사를 하지 않으면
퇴사를 당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퇴사를 하든, 당하든 그 일이 일어나면
서로 비난하기 바쁠 거에요.
‘당신이 그렇지. 이번에도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니 놀랍네. 알았으면 그렇게
압박을 줬던거야?‘
그 사람은 바뀌지 않아요.
배우자가 성실히 한 회사를 다니길 원하는
내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요.
이렇게 되면, 문제는 다소 단순해져요.
고치길 바라는 부분이 있는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되어요.
그런데 이미 결혼을 했다면?
바라지 않아야 해요.
저는 이걸 ‘헛된 기대’라고 하는데요.
배우자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부부 관계가 망가지지 않아요.
예를 들었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의 성실한 돈벌이가
중요하다면,
꾸준히 돈을 벌어본 적 없는 사람과는
결혼해선 안 되어요.
그런데 만약, 그 사람과 결혼을 해버렸어요.
그러면 이제는 기대를 내려놔야 해요.
가끔 의뢰인 분들과 이혼 초기 상담을 할 때,
이혼을 말리면서 ‘배우자에게 기대를 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대체, 어디까지 기대를 내려놔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 때, 제 대답은 하나에요.
‘숨쉬는 것도 감사하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대를 내려놔보세요.‘
이게 참 어려워요.
우리가 결혼을 할 때는
기대하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건강하고 따뜻한 가정,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
평화롭고 안정적인 가정.
그걸 위해서라면
배우자가 ‘이것만 고치면‘ 되겠다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갖게 되어요.
그런데, 어떻게 기대를 내려놔야 할까요.
그 시작점은
‘나도, 배우자도 어차피 안 바뀐다.’는 것이에요.
둘다 어차피 안 바뀐다면,
할 수 있는 건,
태도만 조금 부드럽게 포장해 보는 것,
사회생활하듯 대해보는 것,
생각은 안 바뀌어도 보여지는 말과 행동은
수정할 수 있으니,
말과 행동만 조금 수정해 보고,
내가 안 바뀌는 것처럼
배우자도 안 바뀐다,
그렇다면 이건
바꾸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다루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
이게 어쩌면 안정적인 부부생활의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어요.
고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다루면서 살아가기.
어쩌면 우리 부부생활에
한줄기 빛이 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