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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도 중간검사가 있어요.

암 수술 후 항암 8차 중 4차를 하고, 중간검사를 하다.

by 사랑예찬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진행성 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예방적 항암을 8차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어요.


첫 항암의 서늘함이 지나고,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어느 덧 4차까지 마쳐,

무사히 절반을 지나왔어요.


항암은 추운 날씨에 할 때 더 괴롭다고 했어요.

손발저림이 정말 심한데, 추우면 더 심하다고요.

그래도 날씨가 풀려 봄이 다가오고,

절반이 지나갔으니,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어느덧 중간검사를 해요.

오랜만에 하는 CT검사에 긴장을 했지만,

그래도 수술 후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도 했고,

항암도 일정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었고,

약도 줄였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혹 좋지 않더라도

나머지 치료 일정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검사를 받아요.



시험을 보는 것 같아요.

아니, 시험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시험은 범위도 있고, 끝도 있고,

점수가 안 나오더라도

생명이나 건강에는 지장이 없잖아요.

차라리 시험을 열 번, 스무 번 보는 게 낫겠어요.


검사는 두려워요.

수술로 종양을 떼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막연하고,

건강관리라는 게 100을 채울 수 없고,

70부터는 합격, 69까지는 불합격

이런 개념도 아니고,

그저 해낼 수 있는 최선,

지킬 수 있는 최선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보니

못한 1이 혹 치명적인 결과를 남긴 것은 아닐까

겁이 나요.



중간검사 결과를 들으러 외래진료를 가던 날,

봄날이었어요.

다행히 무사하다는 소견을 들었어요.

오랜만에 둘이 활짝 웃었어요.


암이 아니었다면, 들을 일도 없었던 말이지만,

이미 암을 만난 이상,

중간검사 무사통과가 기쁘기만 해요.


남편은 남은 항암일정을 확인하고,

저에게 공유해요.

저는 아이들의 일정과 원가족들의 소식을 전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고 있어요.


중간검사 무사통과한 날,

꽤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잤어요.


절반이나 지나왔고,

중간검사도 통과했고,

이제 조금 평범하고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혹,

이게 방심이었던 걸까요.

암을 너무 만만히 봤던 걸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던 항암,

다음 주에는 반전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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