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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갑자기 합의요?

2달만에 연락이 왔다.

by 영미남편 Feb 04. 2025

소장을 쓰고, 주소보정을 하고, 특별송달 까지 소송을 진행 했다. 

특별 송달이 시작 되었다는 진행상황을 확인하고는 매일같이 도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내사건 진행상황을 들여다 보았는데 몇일이 지나도 소장이 도달 되었다는 결과값이 노출 되지 않았다. 일반송달 보다 더 비싼 비용을 써가며 특별 송달까지 진행 했으니 이번에는 부디 피고에게 소장이 도달해서 공시송달 까지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특별송달이 시작된지 5일이 지난날 아침에도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확인할때에는 여전히 결과값이 노출되지 않았었다.


그 날 저녁 갑자기 윗집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분명히 아침에는 전자소송 사이트 상에 결과값이 도출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오후 언젠가쯤 소장을 받은 모양새였다. 두달동안 우리연락을 의도적으로 회피해오던 양반이 고소장을 받으니깐 이제서야 우리에게 연락을 해온 모습이 한편으로는 괘씸했고 또 한편으로는 고소장을 받은 탓에 잔뜩 쫄아있는 그의 태도에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윗집주인은 무언가 말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통화를 하자고 했지만, 통화내용을 녹음 하기 보다는 메세지로 소통 하는 편이 나중에 혹시나 증거로 쓰려면 더 좋을것 같아 단호하게 메세지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물론 나름의 소심한 복수를 하기 위해 나도 그의 메세지를 하루정도 씹은채로 다음날에 연락을 했다. 그냥 연락을 하지 않고 법원에서 만날까 하다가 윗집 주인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것이 싫었고, 무엇보다 내가 소송을 재기한 이유는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는데 원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연락을 알아서 먼저 해오는 상황이니 해결 함에 있어 조금은 원만히 해결 할수 있는 상황이 된 샘 이었기에 그의 연락을 회피 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동안 의도적으로 연락을 회피해온 윗집주인에게 친절한 멘트가 나가기는 어려웠다. 윗집 주인은 장문의 메세지를 구구절절히 3~4개씩 보내왔다. 그런데 보내오는 메세지들이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윗집주인은 누수가 발생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수리를 했고 돈도 많이 들었다고 하소연을 했고 그얘기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답변서나 이의재기는 법원에 하면 될 것인데 두달만에 연락을 해서는 과거에 수리하는데 협조 했고 돈도 많이 썼다는 내용을 이제와서 나에게 왜 하는건지..... 별다른 답장을 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문자를 읽고 씹었다. 


다음날 윗집주인은 또다시 나에게 전화통화를 하자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메세지로 소통하자고 이야기했다. 윗집주인은 또다시 과거 상황에 대한 메세지를 구구절절히 보내왔다. 결국 이사건을 정리 하려면 윗집주인의 맥락없는 메세지만으로는 정리가 될 것 같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내가 되물었다. 


"혹시 옛날 얘기를 계속 하는 이유가 법원에서 사용할 증거를 대기 위함이라면 답변서에 이 내용을 쓰시면 됩니다. 과거에 노력하셨다 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과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두달간 연락이 되지 않은 이유 때문에 소송을 재기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입금하려고 했는데 자금 사정이 조금 안좋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또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누수가 생긴것을 선생님 탓을 하지 않습니다. 누수가 오랜기간 해결 된것 역시나 탓하지 않습니다. 도배를 시공함에 있어 서로간 의견차이는 사람끼리의 일이니깐 역시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저희쪽 연락을 일방적으로 회피하셨잖아요? 그때 자금이 어려웠다면 어려우니 언제까지 보내주겠다고 해주었어야 하지 않나요?"


그제서야 윗집주인은 바빠서 메세지를 제대로 못봤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데 이사람 웃긴 사람이다. 없던 돈이 갑자기 생겨났는지 대뜸 내계좌로 도배비용을 입급해 버린 것이다. 돈을 보내놓고 또 아무말이 없다. 나는 입금된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말 없이 돈만 보내고 가만히 있는 윗집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았다. 돈을 보냈다고 이일이 끝난건 아닌데 대뜸 돈을 보내놓고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입금된 것을 확인했지만 모른척 하고 상대에게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더니 윗집주인도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 없었다. 결국 성질급한 내가 또다시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입금 된것을 확인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이제와서 입금 한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돈을 재판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계좌를 몰라 당장에 환불이 어렵습니다. 향후 재판에서 활용하셔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내가 보낸 메세지를 확인한 윗집 주인은 10초도 되지 않아 답장을 보내왔다. "원만히 해결 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양반 나랑은 결이 다른 사람인것 같았다. 소통의 방식이 나와는 매우 달랐기에 복수심에 스트레스를 주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는 반대로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다. 어쨌든 재판 까지 가면 나도 시간과 비용을 써야했고 최초 소송의 목적이었던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윗집 주인의 연락을 기다릴바에 내가 이야기를 주도 하는 편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이 되었다면 이렇게 까지 안하고 저역시 원만히 해결 하고 싶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일을 키웠던 점은 이해부탁드립니다. 가지 동의를 해주신다면 이 고소는 취하 하도록 하겠습니다. 

1. 향후 또 이런일이 발생했을때 연락을 회피하지 않기로 약속부탁드립니다. 

2. 입금한 도배비용 외에 소송을 하면서 인지대, 송달료 등 약 xx원의 비용이 발생하였으니 이것 역시 보상 바랍니다. 

3. 의도적으로 연락을 회피한 것에 대한 사과를 따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아내에게)

만약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후는 별도로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싶지 않으니 법원의 판결대로 이행하면 될것 같습니다. "


윗집 주인은 내가 이렇게 메세지를 정리 해서 발송하자마자 1분도 안되서 내가 말한것을 모두 동의 한다고 하며 추가보상을 요구한것 까지 모두 입금을 해왔다. 내가 뜸을 들이기는 했지만 소장을 받고도 명확하게 대처를 하지 않는 윗집주인으로 인해 다시 연락을 해온지 4일만에 이 문제는 결국 이렇게 완료가 되었다. 결국 나는 소를 재기함으로 인해 내시간을 들이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누수소송은 끝이났다. 뭔가 답변서를 제출하고 법원에 출석하여 조정위원회를 만나고 판사님을 만나는 과정들을 나는 재밌게 하고 윗집주인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싶기도 했었지만 윗집주인의 합의 요청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생략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혼자 스스로 이문제를 해결 했다는 점은 스스로도 대견 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법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는 사람이 혼자서 스스로 셀프 소송을 하기 까지에는 많은 손품이 들어가게 된다. 다행이 나는 이 과정을 즐기는 사람 이었고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이 밑거름이 된 기분이 들었다. 또 스스로 해보다 보니 죄짓고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 이제 다시는 누수가 발생 되지 않고 이 문제가 이렇게 마무리된 것으로 끝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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