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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Sep 16. 2022

전기차 디자인이
엔진차보다 더 자유로운 이유는

‘좋은 차란 무엇인가' 3편

※ 모델Y 오너 ‘안나이’가 쓴 글입니다.


‘좋은 차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나름의 생각을 정리 중이다. 이번 편에서는 좋은 차의 또 다른 필수 요소,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예쁜 옷, 예쁜 가방이 비싸듯이 디자인이 멋있는 자동차가 고가인 경우가 많다. 


2013년 테슬라를 만나기 전 나의 드림카는, 여느 청년들의 꿈처럼, 아주 날렵한 차체에 문이 날개처럼 열리는 람보르기니사의 레벤톤이었고, 실제로 몇 년 간 소유하고 있었다. 1/18 크기로…


1/18 사이즈 람보르기니 레벤톤 다이캐스트 모델 (출처: 옥션)


레벤톤은 보편적으로 멋있고 예쁘다고 할 만한 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취향이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 이 차는 어떤가?


벤츠사의 G바겐 (출처: 엠투데이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7408)


내가 보기엔 벤츠 지바겐은 각지고 웅장해지는 전면부 모습에 화이트 컬러까지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그런데 이런 지바겐이 정말 못 생겼다는 말을 실제로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딱 봐도 멋진 이 초호화 자동차가…?


이처럼 자동차의 디자인이라는 요소는 워낙 제각각인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기 힘들고, 자동차의 목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에 대해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주변에서 패.알.못.이라고 놀림받는 내가(물론 내 생각엔 그 정돈 아니다) 디자인에 대해 논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점을 감안, 이번엔 주제를 살짝 틀어 전기차 디자인의 ‘자유도’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자동차의 디자인


디자인에 대해 말할 때, 적어도 자동차에 한해서는, 가방, 액세서리 같은 패션 제품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디자인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자유로운 정도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옛날 차량의 디자인을 보자.


람보르기니 쿤타치의 팝업 헤드램프 (출처: 오토모바일코리아 https://automobilekorea.com/archives/40896)


70~80년 대 차량은 몇몇 차를 제외하고는 위 사진처럼 직선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는 그 당시의 금형 기술, 소재 등의 한계가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당시의 소재와 기술력으로는 현재와 같은 비용으로 곡선의 에어로다이나믹한(공기의 흐름을 고려한) 디자인의 차체를 제조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위 사진에서 직선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요소는 바로 팝업 헤드램프(Pop-up Headlamp)다. 미국의 규제로 7인치 원형 라이트를 달아야 했는데 낮은 차체의 디자인과 공기역학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디자인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자유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생산기술, 소재, 규제, 기능, 구조, 성능 등 많은 요소들의 결과로 자동차 디자인의 자유도가 결정되는데,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전기차만이 누릴 수 있는 디자인적인 이점을 몇 개 꼽아보려고 한다.   



1. 자동차의 얼굴과 뒤태, 그릴과 머플러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키워드에 예상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서 ‘좋은 차란 무엇인가? 1편’에서 얘기했던 엔진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여기 ‘디자인’ 요소에서 또 나왔다. 엔진 냉각을 위한 필수품이었던 그릴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레거시 회사들의 노력이 많이 있었고, 전면부의 인상을 결정짓다 보니 BMW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처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된 경우도 많다.


BMW사의 키드니 그릴 (출처: 글로벌 오토 뉴스http://global-autonews.com/bbs/board.php?bo_table=bd_026&wr_id=425)


하지만 전기차에는 이러한 엔진 냉각용 그릴이 굳이 필요 없으니, 높은 자유도로 자동차 전면을 디자인할 수 있다. 아이덴티티를 보일 수 있는 형태만 유지한 채 그릴 내의 일자형 디자인을 좀 더 현대식으로 변경할 수 있는데, 아래 BMW iX의 화려한 디자인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 소감은 논외로 하자…. 뉴트ㄹ…ㅠ )


BMW iX의 전면 그릴 디자인 (출처: 오토포스트코리아 https://autopostkorea.com/55385/)


또한 그릴 외에도 램프 등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존할 수 있다면, 아래 제네시스 GV60처럼 기존 그릴을 없애는 과감한 시도로 높은 디자인 자유도를 보일 수도 있다.


제네시스 GV60 디자인 (출처: 탑라이더 https://auto.v.daum.net/v/kwf5LaB68N?f=p)


그릴 외에도, 엔진차에서 열과 그을음을 차체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머플러가 전기차에는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소위 자동차의 ‘엉덩이'라고 부르는 후면 하단부 디자인에 자유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다.

 

쌍용 코란도 머플러 디자인 (출처: 쌍용자동차 https://www.smotor.com/kr/showroom/?cars=newkorandoc)


요즘은 세련된 ‘머플러 팁(머플러 끝단 디자인을 위해 장착된 부품)’이 널리 사용되어 머플러가 디자인적 한계점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명 ‘수도꼭지 머플러’, ‘페이크 머플러' 등으로 불리는,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수도꼭지 모양(아래 사진)으로 배기가스를 아래로 내뿜는 ‘숨기는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전기차의 후면부 하단 디자인이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벤츠 GLE의 머플러 디자인 (출처: 블로그 ‘연못구름’ https://lastzone.com/1246)



2. 가운데 자리가 싫어지는 ‘센터 터널’  


자동차 인테리어는 아래 두 극단적인 디자인(람보르니기, 테슬라)처럼 제조사와 차량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며 그 자유도 또한 높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차에는 운전대와 공조장치, 시트 등 필수적인 요소들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크게 다를까? 그런데 좀 다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내부 디자인 (출처: 람보르기니 공식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Y’ 내부 디자인 (출처: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그럼 아래 두 자동차의 내부 디자인을 보자.


현대 ‘아이오닉5’ 내부 디자인 (출처: 현대차)


벤츠 ‘EQS’ 내부 디자인 (출처: 벤츠 공식 홈페이지)


또는 아래는 어떤가?


테슬라 ‘모델X’ 2열 내부 디자인 (출처: 가디언 shorturl.at/EIPQV)


전기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알겠지만, 전기차 내부 디자인 자유도의 가장 큰 장점은 위 사진들에서 두드러진, 바로 ‘센터 터널'의 부재다. 


차의 2열에 앉았을 때 가운데 툭 튀어나온 부분이 센터 터널이다. 아래 그림처럼 드라이브 샤프트, 머플러, 기어박스 등이 지나가는 공간이라, 자동차 앞쪽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며(프런트 엔진 후륜 구동, 사륜 구동 등) 배기가스를 뒤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바꿔 말하면 마음대로 제거할 수 없는 디자인적 한계점인 것이다.


벤츠 하부 차체 구조 (출처: 오토뷰 http://www.autoview.co.kr/content/article.asp?num_code=70575)


하지만 전기차는 바퀴를 구동하기 위한 모터를 전륜, 후륜에 각각 달 수 있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 불리는 배터리 팩 기반의 하체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센터 터널이 필요 없다. 따라서 엔진차와는 달리 평평한 바닥을 살리고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클수록 좋은 캐빈과 트렁크, 그리고 프렁크

  

이외에도 전기차와 엔진차는 태생적으로 ‘공간’이 다르다. 이젠 널리 알려진 전기차의 넓은 트렁크(Trunk)와 프렁크(Frunk: Front-Trunk)가 내연차와 차이를 보이고, 캐빈(Cabin)이라 불리는 탑승 공간이 각각 특징이 있다. 


아래 그림은 전기차와 엔진차의 내부 공간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전기차와 엔진차의 공간 비교 (출처: Lifewire https://www.lifewire.com/why-evs-are-roomier-5202177)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엔진차의 필수요소인 엔진, 배기구, 연료통 등이 배치된 구조를 옆에서 본 그림이다. 전기차는 필수 요소가 하늘색, 엔진차는 주황색으로 표시되어있다.


배터리를 바닥에 까는 구조의 전기차들은 위 그림대로 내부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엔진차의 경우 엔진의 위치(Front, Mid, Rear)와 구동륜(Front, Rear)에 따라 구동방식과 구조가 달라지는데, 위 그림은 엔진이 앞쪽에 위치한 경우다(FFFR). 그 외의 구동방식은 엔진의 부피 때문에 보통 내부 공간이 훨씬 불리해지므로 따로 다루진 않겠다(예를 들어 MR방식 스포츠카들(미드십), RR방식의 포르셰911 등).


위 그림대로 전기차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의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바닥 높이가 두꺼워 위쪽으로 많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전기차 디자인에서 거의 유일한 한계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닥 높이가 올라오면서 애초에 높이가 낮은 세단 타입의 전기차는 헤드룸이 상대적으로 좁은 경우가 많고, 2열 시트에 앉았을 때에는 탑승자의 무릎이 올라가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가 길어서 동일한 전장(차량 전체 길이)에서 캐빈의 앞 뒤 간격을 넓게 디자인할 수 있다. 


그리고 편의적인 측면에서는 엔진이 없는 전기차애는 프렁크라는 앞쪽 적재 공간이 존재할 수 있고, 후미 쪽에는 배기구, 연료통 등이 없기 때문에 트렁크 아래 별도 공간이 엔진차에 비해 훨씬 넓은 경우가 많다. 


이처럼 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이 더 확보가 되니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싣고 이동하는 수단인 자동차 디자인에 자유도를 좀 더 줄 수 있다.




다음 '포뮬러E'를 기약하며...


개인적으로는 전기차의 전체적인 디자인 자유도가 엔진차에 비해 조금 더 높은 것 같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도'일뿐 특정 디자인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디자인의 우위보다는 전기차와 엔진차 디자인 요소의 차이점을 짚어보고자 한 글이다.


얼마 전인 8월 13~14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포뮬러1(F1)의 전기차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E’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직도 필자는 ‘상상 속의 멋지고 빠른 자동차’를 떠올리면 어릴 적 보던 ‘사이버 포뮬러'라는 만화가 생각나는데, 이번 대회의 차들이 바로 이 만화의 디자인처럼 정말 멋지고, 만화 속 필살기인 ‘부스터’까지 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22 F1 레이싱카 디자인 (출처: 인사이더 https://www.insider.com/every-f1-car-livery-for-the-2)


포뮬러E 경주용 자동차(GEN2) (출처: 하입비스트https://hypebeast.kr/2022/2/formula-e-2022-seoul-e-prix-guide-info)


독자 여러분은 위 두 머신 중 어떤 차가 더 끌리는가? 이번 글에서 언급한 전기차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패키징과 디자인적 자유도가 높은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이번 2022 포뮬러E에서 사용된 2세대 포뮬러E 머신은 기존 포뮬러1(F1) 머신보다 더욱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최고 속력은 F1 머신보다 낮지만, 전기차 특유의 높은 가속력을 갖고 있어 스릴감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F1 머신의 DRS(Drag Reduction System: 코너링에 유리한 다운포스를 줄이고, 가속을 높이기 위해 리어윙을 펴는 기능)와 달리 실제로 모터의 출력을 높이고 드라이버 주위가 화려하게 빛나는 ‘팬 부스트', ‘어택 모드' 등 재미를 위한 기능도 있다(부스터~~~~온!!)



이처럼 화려하고 성능 좋은 전기차 레이스를 국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올까? 필자도 이번 기회엔 아쉽게도 직관을 가진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데일리카에서부터 포뮬러E까지, 전기차 디자인은 이제 시작이다. 점점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차들이 나올 것이고 독자 여러분들도 이 글을 참고 삼아 전기차의 세계를 더 즐기시길 바란다. 



※ 본 글의 내용은 현직 전문가가 아닌 전기차를 좋아하는 일반인인 필자가 얕은 지식을 쉽게 설명하려고 정리한 글이라, 상세히 따져보면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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