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중반까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삶의 굴곡을 겪어오면서 나도 많이 바뀐 거 같다. 내 마음속 결핍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그 결핍이 컸기 때문에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고 상실감도 컸고 배신감에 많이 울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에 병이 왔고이제는 안정된 내면세계를 원하게 되었다.
2023년 지나면서 그동안 써두었던 일기 글을 쭉 읽어보았다. 그 과정에서 내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순간은 보통 "누군가가 내가 그어놓은 경계선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경우' 였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나는
"나는 잘 모르니까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해." 나 "지금 상황에서 내가 이 부탁을 안 받아주면 저 사람이 곤란해지겠지."
라며 거절을 원하는 내 본능을 무시하고 그 경계선이 침범되는 것을 허용했었던 것 같다.
나는 2023년을 마무리하며 남은 인생을 살 때 나를 위해 지킬 규칙을 선언하려고 한다.
"인생 후반전을 살아갈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편안하게 느끼도록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겠다"라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왔다.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주변에 선을 끼치겠다고. 결혼했을 때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나는 정신력으로 신체력을 관리해 왔다. 힘들고 스트레스받아도 '네가 약속했잖아'라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어떻게든 이겨내려 했다.
그런데 그 결과 내 마음이 병들어버렸다. 화병처럼 마음속 분노가 불타기도 하고 나만 늘 불행한 것 같은 기분에 우울할 때가 많았다.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첫 번째 약속이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최선을 다한 나이기에 나 자신에게의 약속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