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먼저 베푼 친절이 친절과 성의로 돌아올 때 행복했다. 또한 까칠한 사람이 마음을 열고 진심을 보여줄 때 느껴지는 기쁨은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도움을 주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에 왔을 때 나는 행복했다. 먼저 말 걸어서 분위기를 좋게 하고 농담도 던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는 것이 좋았다. 신입들보다 어려운 일을 몇 개씩 더 맡아서 책임질 일이 늘었지만 시니어니까 모범을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아침에는 우리 사무실에 오는 풀무원 녹즙을 내가 '녹즙 아줌마' 상황극을 하며 아침마다 나눠주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다들 나를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고 그에 보답하듯이 나도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이곳에 온 지 7개월이 되었을 때 부서에서 책임질 큰일이 생겼다.
내 책임은 아니었지만 내가 그 고객의 담당자여서 라포(rapport)가 있으니 나보고 그 피해 사실을 통보하라고 했다. 지금은 정말 후회하는 일이지만 그때는 문제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전화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을 기꺼이 했다. ㅜㅜ
그 이후 그 일은 관리자들에게 보고 되지도 않았고 그 일은 그 이후 적극적으로 대처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고객의 원망은 100% 나를 향했다. 분노와 무시도 당했으며 전화로 갑질도 당했다. 그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OO의 잘못이다 또는 내 잘못이다'라며 고객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았다.
그 고객은 나를 투명인간 대하듯 하고 사건을 수습해 가는 다른 직원들을 더 신뢰했다. 무례한 대우도 여러번 당했다.
나는 억울했다. 그 문제를 그때 발견한 것도 나였다. 그때 발견하지 않았다면 소송까지 당할 수 있는 큰 문제였단 말이다. 다른 부서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하하 호호 잡담을 하는 동안 나는 억울한 마음에 괴로워 했고 몸무게가 한 달 사이 2킬로그램이나 줄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이 부서 안에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빨리 다음 인사이동 때 다른 부서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줄이고 그냥 일만 빨리 해치우고 퇴근을 기다리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변해버린 나로 인해 부서 분위기가 무거우니 나도 같이 예전처럼 일상적인 대화에 참여하고 예전처럼 지내라는 피드백을 여러번 받았다. 부서장도 미안해하고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다.
아무도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도 있고 나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일어난 것 자체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할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 2달을 직장에서 혼밥을 했다. 커피 타임도 참여하지 않고 산책도 않고 혼자 지낸다. 이 시간동안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나를 낮추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다. 실수 한 사람이 그 문제를 수습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며 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보다 나에게 친절한 내가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