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죽을 똥 살 똥 열심히 살았다. 너무 열심히 살다가 번아웃도 여러 번 왔다. 가장 큰 번아웃은 큰 아이의 장애를 강제로 받아들이게 한 번아웃이었다.
5년 쯤 전, 큰 아이가 특수학교 초등 6학년 쯤 되었을 때였다. 자폐인 큰 아이를 어떻게든 고쳐보겠다고 육아휴직과 동반 휴직으로 10년을 쉬고 복직을 한 시점이었다. 오랫만에 돌아간 직장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나는 집에 돌봐야 하는 큰 혹이 두 개나 있었다. 일도 못하면서 집에 일이 많아 늘 민폐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집에 일을 싸들고 와서 일했다. 마감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하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비굴하지만 옆의 사람이 귀찮아해도 계속 물어봤다.
장애가 있는 아이도 문제지만 정상인 둘째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가고 별 것도 아닌 일로 눈을 허옇게 뜨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대들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는 내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활동보조 선생님에게 맡겼는데 진짜 그 쌤이 없었다면 나는 사표를 썼을 것이다. 아이를 맡아주셔서 그 부분은 문제가 없었지만 두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주시는 메시지 (준비물 등 안내)가 모두 나에게 왔다. 둘째 아이의 경우 학원 선생님들과 학습지 선생님도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니 나는 3명의 일정을 관리해야 했다. 직장에는 또 수없는 고객들과 동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
어느 날 저녁 애들 밥을 먹이고 큰 아이를 씻기고 (자폐 1급이라 신변 처리가 안됨) 작은 아이 숙제를 봐주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정신없이 화를 냈다. 미친 듯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낯설고 이상해서 울면서 "자기야, 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라면서 통곡을 했다.
두 달 전 회사에서 억울한 일이 있고 내가 마음의 문이 닫혀 대화에 끼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해치울 때, 그때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그러지 말고 자꾸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풀려고 '노력'하라고...
나는 내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더욱 '노력'하라는 조언을 하면 화가 난다. 그리고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든다
더 이상 어떻게 더 노력하고 애쓰라는 말인가... 그리고 왜 나만 이렇게 늘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는 것인가... 나라는 사람은 억울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애도할 시간을 가질 자격도 없다는 것인가...
누구든 내 상황에 '나보다 더 노력할 수 있는 사람'만 나에게 '더 노력하라'고 조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