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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Feb 19. 2024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


나는 많이 참는다. 오래 참고 잘 참고 참고 참고 또 참는다. 예전에 가끔은 만만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아파서 또 그 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참는 데는 노하우가 있다. 종교로 승화시키고 자기 계발 영상도 본다. 다른 일을 벌여 바쁘게 지내다보면 그 순간 만큼은 그 일을 잊어버리게 되는 거 같다.



그렇게 큰 아이의 장애를 맞닥뜨리고 세상 풍파를 겪어가며 열심히 살아가니 대외적으로는 '대단한 사람'으로 칭송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 마음속은 지옥 같았고 집에 와서는 자꾸 눈물이 났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간 의사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난다고 말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렇게 글로 쓰는 것은 나의 아픔에 대한 인정이자, 앞으로 나를 더 보듬고 사랑하자는 다짐이자 약속이다. 참아 왔던 말들을 하나씩 글로 표현하며 할 말을 연습하여 나중에 속상한 상황이 오면 입이 얼어버리지 않고 내 입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생각의 정리이다.



한 때 큰 아이의 자폐 성향이 심해서 특수학교에서 마저 중간에 데려가라고 하는 때가 있었다.  온갖 돈과 노력을 다 들이는데도 변화가 없는 아이가 야속하게 느껴져서 부끄럽지만 집에서 아이를 너무 잡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반항이라도 하듯 밤에 잠을 자지 않았고 학교에 데려다 놓으면 계속 울고 오줌을 쌌다.



그당시 나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고쳐내려고 했으니 주변에서 안타깝게 보았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부질 없는 일이지만 그 시기를 지냈기에 후회 없이 어느 순간에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헛살지는 않았는지 주변에서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반찬을 챙겨주시기도, 아이 옷을 물려주시기도 하셨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되었지만 가끔은 위로의 말이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나는 주변에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한가지를 명심하고 위로나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힘든 건 당사자다"라는 것...


어설픈 충고나 조언은 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람과 똑같은 상황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심정을 다른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말없이 주는 빵 하나, 쪽지 하나가 더 큰 힘이 되고 "내가 OO엄마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 와 같은 말과 함께 힘든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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