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춘기가 되어서는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자기 계발서를 탐독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온 내용을 실천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를 읽고 나에게 적용했다. 키 크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고 그 책에 나온 키 크기 체조를 하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을 읽으며 막노동을 하면서도 서울대수석합격한 사람처럼 되어 보고 싶었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을 읽으며 공부를 하며 날밤 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나의 저질 체력으로도 공부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보고자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이제 나도 편하게 좀 지낼 수 있을까 하던 때 아이가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던 방식 그대로 육아서를 읽고, 치료 선생님들의 조언을 메모해서 실천했다. 아이에게 자극을 끊임 없이 주기 위해 나와 아이 둘다 몸살에 걸려서도 치료실을 갔고 장애를 이겨내고 아이를 정상으로 키워냈다는 선배 엄마도 찾아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치료실에서 울어제꼈고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주방에 있는 조미료를 모두 쏟는 등 저지레를 했다. 치료를 가장 많이 할 때는 아이의 문제 행동도 극에 달했다. 낯선 장소를 거부해서 친정에서도 아이가 울어서 하루를 잘 수가 없어서 밤에 야반도주(?)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너무 울어서 이웃에 미안해서 남편이 차에 싣고 한적한 길을 몇 바퀴 돌고 오기도 했다. 아이가 사라져서 경찰에 신고했다가 미친 년처럼 뛰어다니다가 30분 뒤에 찾았던 기억도 난다.
나는 세상에 알려진 모든 방법을 써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주 처절하게 경험했다. '내려 놓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나는 강제로 '내려놓음'을 당한 것 같다. 스스로 내려놓은 게 아니라 상황에 처절하게 패배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의 내가 맹목적으로 따르던 성공 수기 속 이야기, 자기 계발서에 나올 만한 방법들을 보면 화가 난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언급이 있는지 꼭 확인한다. 꼭 사기꾼이 나를 또 속이려 드는 것 같은 생각에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조언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에 나에게 누군가가 조언을 했다. 내 상황을 이해하는 척 하며 자신은 나와 다르게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며 조언을 하면 나는 너무 힘들다. 그 사람과 큰 소리로 싸운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 이전처럼 가까워지지는 못하고 있다.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주제 넘게 조언을 한 적이 있었었지... 또 한번 반성한다. 나도 내 스스로 소중하므로 그런 조언을 받을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겠다. 슬프지만 솔직한 심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도 가려서 해야겠다. 진짜 믿을 만한 사람과 선을 지켜 소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