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미티 Apr 23. 2023

좋아하는 일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쓴 적이 있나요

소소무물 | 23번째 이야기 

치타미티

키티언니! 저 염색했답니다?

지난번 만남에서 키티언니의 탈색을 보고 '와, 너무 멋지다!'라고 생각했어요. 쿨하게 나이 더 먹기 전에 해봤어라고 말하는 키티언니의 쿨내도 멋졌고요.

하지만 내가 탈색을? 하고 상상해 보니 괜히 무섭더라고요. 잘 어울릴지,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등.

그러다 며칠 전, 미용실을 운영 중인 사촌 동생에게 연락이 왔어요. 저에게 해주고 싶은 머리가 있다지 뭐예요. 염색을 해주고 싶은데, 괜찮냐고 묻는 대화였어요. 


사촌동생 : "언니, 언니 회사에 머리 염색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어?"

치타미티 : "아니, 없어! 그리고 나는 그런 규정 있는 회사 안 갈 거야 아마^^"

사촌동생 : "그럼 염색해보는 거 어때!"


이렇게 바로 다음 날, 약속을 잡고 사촌 동생에게 향했어요. 사촌 동생은 신나서 브라운으로 덮고, 포인트를 줄 거고 등등 말해주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뭐든 해줘! 라며 자리에 앉았죠. 그렇게 6시간이 흘렀어요. 거울 속에는 완전 낯선 제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웠어요. 언제나 C컬 파마의 몽순이 언니 같은 머리였는데, 컬도 리드미컬하게 나 있었죠. 머리는 브라운 형태에 앞머리부터 옆, 뒤머리까지 브릿지처럼 포인트가 밝게 팍팍 들어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몇 년 만에 새로운 제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더라고요. 2023년의 내 키워드가 '경험'이었지.라는 다짐을 떠올리며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았어요. 


그렇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는 건 새로운 저와 6시간 동안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제 머리를 해준 사촌 동생이 떠올랐어요. 누군가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손님도 많은 시간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쓴 사촌 동생의 모습이요. 머리를 만지는 내내 저에게 '힘들지, 조금만 참아'라며 얼굴에 미소가 계속 가득했던 동생이 머릿속에 가득 남더라고요.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쓴 적이 있을까?

이 질문이 저를 가득 채웠어요. 그리고 그때의 저를 떠올려 보았죠.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디깅하고 구매해 보고 친구들에게 동네방네 소개할 때의 제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거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또 똑같이 설명하고,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찾아보고 돈을 아껴 모았다가 구매해 보고. 정말 행복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찾아다니니 거기에 쓰는 시간과 비용은 계산할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의 저는 완전히 빠져 시간과 비용을 쓰기보다 효율적인지, 합리적인지 등 재고 따지는 것들이 많아진 듯해요. 사촌 동생을 만나고 온 경험은 새로운 스타일을 얻게 된 것 이상의 시간이었어요. 




키티언니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 염색한 사진 봤습니다! 뭐랄까.. 다람쥐스러운 것이.. 더 꾸러기스러워졌달까요. 원래 요조숙녀형은 아니지만 캐주얼 스타일에 단정한 머리와 마음가짐의 미티님에서 호기심 강한 성격이 더 드러나는 변신 같아요. 이런 외모의 변신이 종종 생각이나 태도를 바꿔주기도 하니 과감한(?) 미티 기대해 봅니다.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쓴 일이 있었죠. 근래는 아니고 좀 되긴 했는데요. 바로 ‘사교육’입니다. 학교 다닐 적에는 관심도 여건도 되지 않아 따로 배우는 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며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종의 '사교육'에 돈과 에너지를 많이 들였죠.


처음에는 코바코(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운영하는 교육원에서 '광고 기초'를 들었습니다. 나름 광고 동아리도 하고 기초는 알만한 것들이 생각했는데, 실무 관련해서는 정말 모르는 게 많았어요. 들을수록 무지렁이라는 사실이 명치를 쑤시더군요. 뒤이어 '브랜딩', '카피라이팅' 등 단기 과정을 들었고 1년짜리 교육도 수강했드랬죠. 당시 가산디지털단지 쪽에서 살았는데, 회사 마치고 잠실까지 일주일에 2번씩 수업을 들으러 오갔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 그나마 수강료는 저렴했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업무와 관련이 높다 보니 다른 회사에 이직할 때 광고 교육을 받은 것이 플러스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한참 작가의 꿈을 꾸며 글쓰기 수업을 제법 들었어요. 글쓰기 수업은 비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백만 원 정도의 비싼 교육도 있고, 비용은 저렴하지만 서류에 통과해야 하는 교육도 있었고요. 자유기고가 관련 수업도 듣고, 스토리텔링, 웹소설 등 여러 분야로 들었고 과정 중에 인생에서 정말로 숨기고 싶은 웹소설도 하나 냈었드랬죠. 그렇게 돈과 시간, 에너지를 써가며 홀로서기하고 싶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 분야로 들어왔으니 그 꿈의 반절 정도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는 일 말고 다른 쪽에 내 시간과 돈을 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부터 찬찬히 둘러봐야겠습니다. 

이전 02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