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무물 | 22번째 이야기
요즘 다시 책을 읽는 속도가 붙었어요.
지인이 추천해 준 소설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지더라고요. 책의 흥미가 떨어졌을 때는 역시 소설이군 하면서 그다음 다른 소설을 마스터한 뒤, 요즘은 디자이너의 책을 읽고 있어요.
책을 추천받으며 자연스럽게 '이 작가님 아세요?', '이 작가님 책 읽어본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오고 갔어요. 생각보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많고, 그분들의 책을 애정하고 있더라고요. 문득 키티언니가 애정하는 작가님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답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 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이상형 월드컵처럼 고민해 보기로 했어요. 애정하는 작가님들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타케 신스케, 정혜윤, 김혼비, 김지수, 김민철, 김하나, 채사장, 임진아 작가님 등이 있어요. 작가님들의 책에 푹 빠졌다가 나왔던 기억이 있기에 '팬이에요!'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들이죠.
술 한 잔 하자면 <아무튼, 술>을 쓴 김혼비 작가님이 제일 재밌지 않을까 고민이 들고, 같이 커피 마시며 빵 먹기에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의 임진아 작가님이 좋겠어요. 인생에 필요한 조언을 가득 듣고 싶다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자존가들>을 쓴 김지수 작가님이 딱이겠죠?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 둔 듯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열한 계단>의 채사장님이에요.
아쉽게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기 위해선 제가 일본어든, 영어든 기갈나게 해야 할 거 같아서 만남은 조금 미뤄두려 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오늘의 J 상상은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한 날, 한 시에 북토크를 연다면... 나는 어떤 작가님을 만나러 가야 하는가.!!라는 무시무시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현재로서 저의 상상은..김신지 작가님이에요. 오늘 카페에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펼치고 단숨에 다 읽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친구에게 빌려 소중하게 가지고 왔죠. 김신지 작가님으로 결정한 가장 큰 결정은 아마 책 뒤에 있는 김민철 작가님의 추천사 때문일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시간을 잘라 김신지 작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토록 좋은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내 시간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 - 김민철 작가
맙소사. 브라보. 현재 저의 최애는 김신지 작가님으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여러 작가님을 상상하며 소소무물을 적다 보니 키티언니의 최애 작가도 너무나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이 시기마다 바뀌는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도 시시때때로 바뀝니다. 네, 그래요. 저는 갈대입니다. 당시 열광하거나 필요한 요소에 따라 끌리는 사람이 달라지더라고요. 외적인 것이든 내적인 것이든 상관없이요.
기본적인 애정값이 있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식이죠. 그렇다고 안 좋았던 작가가 좋아지는 잘 없고, 좋아졌던 사람이 싫어지는 일도 드뭅니다.
미티님이 좋아하는 작가들을 보면.. 은은하지만 결코 물들지 않는 자신만의 색채가 있는, 말랑한 문체 속에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가님들 신데요. 저는 미티님과는 달리 알싸한 문체를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님들이요.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빌 브라이슨의 투털거림을 좋아하고, <왕좌의 게임> 조지 R.R 마틴(a.k.a 쌍알옹)의 비판과 농담을 오가는 대사를 좋아해요.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가 쓰는 사랑할 때 지질하지만 빛을 품고 있는 감정들을 애정합니다.
드라마 작가님들도 그런 맥락에서 좋아합니다. 언어유희의 1인자, 편지 쓰기에 달인이신 김은숙 작가님, 세련된 풍자로 시간이 지난 뒤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정성주 작가님, 최근에는 '연애 빠진 로맨스'의 감독이자 각본을 쓴 정가영 감독도 좋아하게 됐어요. 섹스에 대한 직설적인 대사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은 처음이거든요. 리스펙!
그래도 굳이 굳이 꼭 뽑아야겠다면, 요즘 <바디>라는 책을 읽고 있어서 빌 브라이슨 옹으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의 한 구절을 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아빠, 아빠는 성공하신 분이잖아요. 돈도 잘 버시고요. 우리 하워드 존슨 호텔로 가요."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대공황의 아들이었고 돈이 나갈 것 같으면
방금 멀리서 사냥개 소리를 들은 탈옥수 같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