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무물 | 24번째 이야기
이번주엔 친구들과 오랜만에 새벽 2시를 넘길 때까지 놀았어요. 저는 평소 10시 - 11시쯤 자는 새나라의 어른이이기에.. 새벽 2시 반까지 말똥말똥하다 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죠.
왜 이렇게 재밌었냐 하면, 바로 음악이었어요. 친구의 집에 다 같이 옹기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한 게 시작이었죠.
오늘의 DJ를 맡은 친구는 잠깐 고민하던 차에 컨셉에 맞는 음악을 적어 보라며 포스트잇을 나눠줬어요.
나의 최애 노동요, 이별했을 때 듣는 노래, 연애 시작했을 때 듣는 노래, 노래방 18번 (발라드ver.), 노래방 18번 (신나는ver.), 최애 OST, 당장 리듬탈 것 같은 힙합, 나만 아는 노래다 등.
듣고 싶은 노래는 많은데 딱 하나를 적어야 하다 보니 은근히 고민이 길어지더라고요.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플레이하며 누가 적은 노래인지 맞춰 보는데,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게 재밌었어요.
이별 노래 : 헤어져줘서 고마워 - 벤, 노력 - 박원
이런 노래를 듣다 보면 저절로 "누구니.. 누가 이렇게 아픈 사랑을 했니.."라고 물어보게 되는 거죠.
나만 아는 노래 : 사랑의 바보 - 더넛츠...?
왜 나만 아는 노래라고 적었는데 떼창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렇게 듣다 보니 오늘의 소소무물로 던져보고 싶었어요. 키티언니의 각각의 노래는 무엇일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무엇일까에 대해서요.
우선, 치티의 플레이리스트부터 가봅니다.
이별했을 때 : 헤어져줘서 고마워 - 벤
- 거의 이별 노래는 공감이 100%이라는데, 전 이 노래를 벤의 가창력 때문에 즐겨 들었죠.. 호호
(그러다가 다음 곡이 박원의 노력이라 너무 슬프고.. 갑자기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가 떠오르며 모두 슬퍼졌다는 사실)
연애를 시작했을 때 : 너를 만나 - 폴킴
- 사실 이 노래는 언제나 아리까리(?)해요. 가사를 보면 약간 과거형이란 말이죠?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너무 달달하기에 저는 사랑 노래라고 봅니다!
내 최애 인디 : 퇴근 시간 - 치즈
- 친구들과 인디를 뽑을 때 치즈 대신 백예린을 넣었어요. 그러다 다른 친구가 치즈의 곡을 넣었는데, 아 역시 치즈다..! 했죠.
치즈의 라이브를 들으러 춘천까지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땡볕에 하루 종일 있었는데 치즈가 나오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던 기억만 있어요. (맥주도 한몫했겠지만요)
레전드 노동요 : 문제아 - 슈퍼비
- 저는 그렇게 맛깔나게 욕이 나오는(?) 힙합이 좋더라고요? 비트도 빠르고 가사도 모범생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아'스러워요.
비트에 툭툭 고개를 흔들다 보면 재밌는 생각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잊지 못할 드라마 OST : IF - 백지영
-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동생과 재밌게 본 드라마인 연모의 OST인데, 백지영의 목소리에 둘 다 K.O가 되었어요.
이 흡입력 있는, 모든 맥락을 만들어주는 목소리는 도대체 뭘까 하면서 매번 들어요.
키티언니의 플레이리스트도 궁금해집니다 :)
간만에 일탈(?)하셨네요ㅎㅎ 어떤 계기도, 이유도 없이, 불현듯 알 수 없는 기운에 휩싸일 때가 있죠. 갑자기 꽂혀서 서로 듣고 싶은 음악을 나누었던 일이 저에게도 있었어요. 최근의 일은 아니고 작년 2월 슈퍼볼에 닥터 드레 패밀리라고 할 수 있는 스눕독, 메리 제이 블라이즈, 에미넴이 함께 한 공연을 보고 남편과 서로 2000년 초중반에 클럽을 다니며 들었던 노래를 틀어댔었죠.
https://youtu.be/gdsUKphmB3Y (클라스는 영원하니 시간 되면 보세요 ㅎ)
저는 이별할 때, 연애 시작할 때 등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 적에 듣는 노래는 특별히 없어요. 꽂히는 몇 곡이나 다른 분들이 엄선해 놓은 플리를 BGM처럼 듣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렇게 말하니 마치 파워 P 같네요. 후훗.. 더 슬픈 건, 한참 노래를 많이 듣던 어릴 때만큼 듣지는 않은 메마른 아줌마.. 가 되었네요.
대신 요즘 노동요 플리를 전달드립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동 전에 듣는 노래입니다. 집중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노래를 꺼요. 몇 곡을 이렇게 일하기 전에 들으니 무의식에서 학습이 되었는지 파블로프의 개(?)처럼 일하는 모드로 들어가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약간 비트가 있고, 베이스가 묵직한 사운드를 좋아해요.
I Like Me Better - LAUV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란 하이틴 영화에 삽입곡이기도 합니다. 초반 기타 루프가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에요. 단순한 멜로디라 자리에 앉아 책상 정리할 때 좋습니다. 가사가 멜로디만큼이나 달달해요. 너와 있을 때 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100℃ - 기리보이 (Feat. YUNHWAY)
섹시느낌 - 바밍타이거 (Feat. RM of BTS)
쿵쿵 쿵쿵! 둘 다 베이스가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섭씨 100도가 내 안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느낌이라면, 섹시느낌은 릴랙스 한 스푼을 더해서 이어서 들으면 적당한 텐션에 다다릅니다.
위 노래를 듣고도 집중이 되지 않으면, 이 노래들 중에서 고릅니다.
너의 모든 순간 - 성시경
Honesty - Pink Sweat$
Make Up - Sam Kim (feat. Crush)
비트를 늦추는 시도지요. 들으면서 메일 목록도 찬찬히 살피고 to do list를 작성할 때 BGM으로 좋습니다. 일하다 조금 스트레칭도 하고 한숨 돌릴 때 새로운 노래도 시도해 봅니다. 리프레시도 되고 뭔가 아이디어가 생기도 하더라고요.
부담 없는 모험을 통해 알게 된 보석 같은 곡을 전하며 메일 마칩니다.
이 밤이 지나면 - 임재범,
DJ - NCT127
Till the sun goes up - 황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