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미티 Apr 02. 2023

내 가게를 차린다면?

소소무물 | 21번째 이야기

치타미티


오늘의 질문은 요즘 친구들 사이의 가장 큰 화두, '야, 우리 뭐 먹고살지'의 확장판입니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과거 이야기로 80%, 현재 고민으로 15%, 미래 걱정으로 5% 정도 나누곤 해요.

사실 걱정으로 따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겠지만, 답을 내리질 못하니 점점점만 그리다가 끝나곤 하죠.


인스타그램 속 제 나이 또래의 마케터나 디자이너들을 보면 벌써 프리랜서로 일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듯해요. 자신만의 팬들, 자신만의 커뮤니티, 자신만의 브랜드 굿즈 등등


그들을 볼 때면 묘한 조급함이 아우라처럼 존재하곤 하죠.


언제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일 수 없으니, 나의 것을 고민해야죠. 언제나 이런 굳은 다짐으로 고민해 보지만, 정말 답이 없는 듯해요.


기술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운 시선은 언제나 휭- 돌아서 나에게 꽂혀요. 나는 뭘 잘하지. 내가 가진 기술 중 돈 될 게 있나.. 등등이죠. 그래서 막연하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어요.


'내가 가게를 차린다면, 어떤 가게를 차려야 하지?'


진지하게 카페를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카페를 하면 다른 카페를 돌아다닐 시간이 없으니.. 맥주집도 그런 이유 때문에 접어두었습니다. (세상에 멋지고 맛있는 맥주집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러닝 편의점 컨셉의 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달리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부터 함께하는 커뮤니티까지 줄 수 있는 그런 가게말이죠. 사실 달리기를 시작할 때 필요한 건 고가의 운동화나 기능성 옷이 아닌 당장 뛰쳐나갈 의지니까요. 네, 이 아이디어는 친구들에게 0.5초 만에 까였습니다. 달리기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어서인지 냉랭하게 맥주만 마시다 왔어요.


두 번째는 요거트 가게였어요.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수제 요거트는 365일 아침 또는 저녁까지 매일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요거트는 하얀 도화지 같아서 과일도 잘 어울리고, 시리얼도 잘 어울려서 매일을 콜라보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어요. 이 아이디어도 친구에게 말했다가 '확장성'이라는 단어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뭐, 이런 생각들이 실체화되기에는 엄청난 용기와 결심 등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먹고사는 문제의 현실적이 시각이 더해지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꿈꾸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그 가게를 운영 중인 제 모습이 꽤나 웃기고 재밌어 보일 듯해요. 둘 다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가득한 공간이니까.

ENFJ는 오늘도 이런 상상으로 하며 '뭐 먹고살지'를 고민해 봅니다.



키티언니가 가게를 차린다.. 완전 상상이 안 되는데요.? 그래서 더 질문해 보고 싶어요!



키티언니

러닝 편의점 좋은데요! 한강 공원 입구에 있으면 좋겠죠? 마치 청계산 길목에 있는 등산복 매장처럼 말입니다. 미티님이 러닝 제품의 헤비 유저이기도 하고, 콘텐츠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사업에 문외한이나, 브랜드 초창기에는 아예 니치 한 제품이나 콘셉트가 가치 있다는 생각 합니다. 초기 소비자 모수는 적어도 리텐션이 높을 테니까요. 그렇게 한 종목에서 덕후를 양산하면 같은 시스템으로 확장해도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사이클 편의점, 테니스 편의점, 풋볼 편의점 등등. 뭔가 인테리어나 콘텐츠가 그려지는데 언제 시작하실 건가요? 재촉 아니고, 기대입니다 ㅎㅎ


기대평 남겼으니, 제 차례로 넘어가겠습니다. ‘뭐 먹고살지?’ 대부분의 직장인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레 드는 고민이겠죠. 회사에서 몇 년이나 더 있을 수 있을까? 회사를 나가게 되면 무엇을 하지? 아니, 먹고살 수는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근심이 깊어져 엉뚱한 짓도 벌였는데요. 호기롭게 퇴사하고 웹소설에 도전했었죠. 1년 반 동안 1 작품을 내고, 8만 원 벌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일로는 굶어 죽겠구나.


다시 직장으로 컴백했어요. 그리고 아직 제2의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번 상상해 보자면… 타로 가게 아닐까요? (실제로 사주를 취미로 공부한 친구가 농담조로 동업 제안을 했었습니다.) 까칠한 성품에 비해 제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친하게 지내는 분 중 많은 수가 저보다 어려서일 수도 있겠으나, 종종 인생에서 갈림길을 만나거나, 표지판이 흐릿할 적에 제가 떠올랐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잘 듣기도 하고 상대가 말할 때 양념도 잘 치니까 타로만 잘 보면 됩니다!


뭐, 사실 타로는 매개일 뿐이고 마음속에 있는 답을 캐내는 일을 하는 거죠. 무거워지지 않게 움켜쥔 짐들을 툴툴 털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도 지적하고요. 마지막으로 이미 정해진 답을 지지한다고 말해주는 겁니다. 저도 타로를 볼 때 듣고 싶었던 말을 들으려고 하거든요.


지금껏 제 능력(?)을 돈으로 만들어볼 생각은 못했었는데요. 현재 본업을 제외하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 타로+상담이 아닌가 싶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먹고는 살지 않을까요?


아아, 사주 친구에게 연락해 봐야겠네요.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