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88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면서 대규모 한강 정비 사업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그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한강고수부지 13 지구로, 수년에 걸쳐 여의도/반포/이촌/잠원 등에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한강공원들이 조성되었다. 그전까지 한강은 백사장이 있어 여름철 물놀이 공간으로 인기였다고 한다. "이게 한강이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 사진을 보라.
개발 당시에는 과도한 인공구조물의 도입으로 자연환경이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그간 공업단지 이전, 하수도 정비 및 하수처리 기술 고도화 등의 노력을 통해 현재 한강은 2 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강의 역사를 짚어본 이후는 간단하다.
한강 진짜 한 번 너 사랑한다...
정말이지 한강고수부지가 없었다면 이 코로나 시국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일이 끝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이어폰을 낀 채 한강으로 향한다. [꿀팁] 해가 지는 시간을 확인한 후, 해 지기 2-30분 전에 나가서 걷다 보면 어느새 붉게 물드는 강과 눈부신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다.
월요일엔 살짝이 해가 넘어간 뒤에 나갔다. 한 주의 첫날엔 무리해서 뛰거나 하지 않는다. 익숙한 골목을 찬찬히 헤집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산책하며 산책로 여기저기 널린 매력 포인트를 찾아본다.
가끔 마주치는 고양이, 영문을 모르겠는 자전거, 계절마다 바뀌는 꽃, 나날이 늘어나는 분필 낙서 등.
시간을 잘 맞춰 나간 수요일엔 그야말로 녹아내리는 붉은 하늘을 마주했다. 내가 서 있는 곳부터 강 건너 건물들까지 온통 노을빛에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는데 - 그 커다란 색의 향연 아래 서있다 보면 사사롭고 괴로운 생각들과 잠깐 멀어지게 된다. 프로젝트는 꼬여가고 매니저는 날 미워하는 게 분명해도,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풍경의 일부로 있을 수 있는 하루 끝이라면 꽤나 괜찮다는 감상적인 자기 위로가 가능해진달까.
완전히 깜깜해진 밤의 한강도 나름의 세련된 매력이 있다. 다양한 도시들에 살아보고 여행해봤지만 - 너른 강이 넉넉히 흐르고 양 옆으로 야근에 시달리는 서울 시민들이 밝힌 고층건물들이 늘어선 서울의 밤을 이길 곳은 없다. 한가득 도시인 동시에 충분히 자연이랄까. 이런 풍경은 저절로 음악을 부른다. 내게 한강을 걷는 시간은 곧 음악 디깅(digging)을 하는 시간이다. 친구들이 선물해준 에어팟으로 무장한 채 고막이 터질 듯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어두운 산책로를 파워워킹하면 가끔 신명에 먹혀버릴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치안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더욱 이 시간을 자유롭게 해 준다.
퇴근 후의 삶, 한강에 살어리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