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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Oct 03. 2022

<다른 길이 있다>와 삶의 끝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l 서예지, 김재욱 주연의 영화

■키워드: 삶의 끝


흰새: 제 차를 가져갈게요

연탄도 준비하고


검은새: 수면제는 제가 준비하죠


흰새: 다 된 건가요?


검은새: 다 됐어요

2월 15일 두시에 춘천누에섬에서


흰새: 그 때 뵙죠


검은새: 네


흰새: 그런데 왜 검은새님의 닉네임은 검은새예요?


검은새: 검은색 비닐봉지가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무생물이 생물이 되는 듯한_

흰 새님은요?


흰 새: 검은 새 님이 검은새라서 저는 흰새로 했어요.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정원과 주원의 채팅 대화 장면 中-


• 영화 <다른 길이 있다>와 삶의 끝


삶보다는 다른 길을 택한 것 같은 마당에, 닉네임을 궁금해하며 채팅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정원(서예지), 주완(김재욱)의 그 사람들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삶의 끝에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사연이 있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서정적인 겨울 배경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지는 영화, '다른 길이 있다'를 보니 벌써 겨울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설경은 아름답지만 주인공들의 삶은 참으로 퍽퍽하기만 해서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인생의 혹독한 겨울 훈련을 받고 있는 것 같은.. 그 둘의 이야기가 궁금하게 느껴진다면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인생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입에 자주 오르도록 하면 안 되겠지만,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 있는 듯싶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 일이 잘 안 풀리네, 죽고 싶네.."라는 푸념과 좌절기의 순간. 한 번쯤은 있어보지 않았나. 이 영화를 보니, 문득 인생은 때론 참 가혹하고 쓰기도 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처럼 종종 우리를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감히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서도, 힘들고 지친 마음을 잘 달랠 기회는 없었을까, 고통의 통증을 견뎌내며 또 다른 길을 나아가 보면 안 되었을까.. 를 걱정하면서 괜스레 그 둘을 응원하게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긍정적으로 살자고 하는 기조 아래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내는 것 자체마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듯싶다. "힘들어, 슬프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네"는 어쩌면, 살고 싶기에 터져 나오는 우리들의 조건반사적인 말들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살면 안 되겠지만, 한번씩은 인생의 쓴 날들에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것도, 그 부정적인 마음을 날려버리는 방법 중 하나는 되지는 않을까를, 이번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감정을 토해내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질 것이므로 말이다.) 삶은 삶의 끝을 마주 보게 되었을 때,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게 만들기도 하니,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다른 길이 있다>라는 영화를 한번 보고 삶의 의미를 한번 더 떠올려보자. 희망을 찾아내보자.

영화 <다른길이 있다> 스틸컷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다른길이 있다]와 삶의 끝, 편은 븐니작가의 영화리뷰글입니다. (불펌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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