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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Jun 11. 2023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기다림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l 강하늘, 천우희 주연의 영화.

■키워드-기다림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다 큰 성인이 되어서, 오랜만에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자신이 다니던 유치원, 학교, 뜻밖의 추억의 장소 등을 놀러 간 경험이 있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영화가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한 남자의 어린 시절에 만난 한 사람에 대한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지루한 삼수의 공부를 이어가는 영호(강하늘)는 사라진 학교가 공원으로 변하자 줄 곧 이곳을 자주 놀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동회 때 만나 설렘과 반가움이라는 감정을 느낀 한 '소녀'를 기억하며 그 시절의 소년 영호가 되어 그 장소를 자주 찾곤 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친구인 '소연'을 찾기 위하여 편지를 보내고 실제로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 장소에서, 그 소녀를 만나면 자신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 것인지, 어린 시절의 운동회를 만나 잠시 세상을 하얗게 만든 그 순간을 못 잊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소녀는, 편지를 받아도 영호를 만날 만큼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점이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 편지를 동생 '소희'가 대신 전하게 되며, 소희는 아픈 언니의 상황 속에서 남자와의 연락을 하는 동안 몇 가지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이,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라고.


추억 속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영호는 궁금함, 설렘, 어떤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것을 함께 머금은 채 그 소녀를 찾고 있는 것만 같아, '저런 간절한 기다림'이 소년과 소녀를 만나게 할 수도 있지는 않을까,를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서로의 상황이 다르기에 만날 수는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의 상황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공부를 준비하는 이 소년, 영호(강하늘)의 실제 옆을 채워주는 소녀는, 어릴 적 그 소녀인 어린 '소연'이 아닌, 수진 (강소라)이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 컷



너는 별 같고 그 친구는 비 같아.


현실을 채워주는 소녀, '수진'이 영호(강하늘)에게 나와 그 친구의 차이는 뭐니~?라고 물어보며, 영호의 마음속을 궁금해할 때, 영호가 하는 대사는 "너는 별 같고, 그 친구는 비 같아"라는 대답이었다. 수진이 너는 빛이 나고, 추억 속의 그 소녀와의 편지와 교감은 비와 같이 위안을 준다고 대답한 것이다. 둘 다 좋은 듯 하나, 위안을 준다며 심리적인 교감과 그 소녀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드러내는 대사에서, '수진'은 영호(강하늘) 옆에 있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꽤나 쿨(?)하게 받아들이고 그의 곁을 별처럼 맴돌다 떠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영호 (하늘)은 소녀와의 편지와 주고받으며, 기대에 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만날 거라는 확신과 믿음, 의지와 소망과 비가 내리면 만나자고 제안을 하며, 같은 장소에서 그 소녀를 몇 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린다. 하지만, 소녀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몇 년의 기다림을 통하여 영호(강하늘) 역시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소녀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 소녀를 기억 속에 잠재우려고 하는 듯하며 영화는 끝을 맺기도 한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녀는 오지 않았지만, 그 기다림을 통해서 자신의 어떤 추억의 기억과 누군가를 만나 그때의 기억 속에 자신과 소녀를 함께 떠올리고 싶어 했던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영화가 끝을 맺는 순간에도 여운을 주기도 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스포있음)

다시 영화의 맨 앞장면으로 돌아가자면, 이미 이 영화에 대한 핵심 키워드가 제공된다.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조곤조곤 내레이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영호는, 사라진 장소에 대한 강한 향수와 추억 속에 만난 그 소녀에 대한 아릿한 감정, 운동회 당시에 아주 어리고 작았던 자신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는 듯싶었다. 특히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순수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기도 했다.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것은, 이 영호가 기다리던 소녀가, 언니 '소연'이 아닌, 언니의 운동복을 입고 나온 동생 '소희'라는 것, 이 것이 나는 너무 상상도 못 한 결말이기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계속해서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한번 더 돌려보았다. 


여기에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만한 점이 시사되는데, 우리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사실은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단정 지어 믿고 있는 어떤 대상이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예상외의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때로 인생 속에서 기다린 어떤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어떤 것에서 비롯되는 대상이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에 기다림이라는 것과 함께, 기다림의 대상에 대해서도 한번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즉,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어떤 것이 사실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어떤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강한 임팩트를 주기도 했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린 적, 마른 인생 속에서 비와 같이 내 삶을 적셔주는 어떤 것을 기다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공감도 되면서, 씁쓸했던 날들도 떠오르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상상하고, 고대하고, 희망을 가지면서 사실은 기다림의 대상과 실체를 마주했을 때보다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오두방정을 떨며 마음 졸이고, 희망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인생의 심오한 진리도 깨달을 수 있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여, 이 영화를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한번 더 감상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반전 있는 이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송븐니가 주말의 영화로 추천해 본다.


<Waiting For Rain>, 2021

*<송븐니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기다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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