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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20. 2022

어른이 된다고 다 잘할 순 없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이 정해진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편할까라고. 우리는 매 순간 자신 앞에 놓인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선택하며 살아간다. 점심은 뭘 먹을지,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주말엔 뭘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어렸을 땐 당장 해야 할 것들이 정해져 있다는 게 괴로웠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학교로 가서 공부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은 일상도, 이젠 돌이켜보면 '추억'이라 부를 수 있는 내 인생의 지나간 페이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땐 내일도, 모레도, 다음 달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야 했기에 하루하루가 지루했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도대체 난 언제 어른이 되나'란 생각도 종종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때보다 나이를 훌쩍 먹은 내가 있다.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어른이 되길 바랬던 그 시절의 나와 비슷한 나이인 사람이 나를 본다면 '어른이다'라고 생각할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했던 '어른'의 나이가 되어보니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가 어른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더라도 생각은 여전히 아이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적지만 나보다 더 '어른'같은 그런 사람도 있었다. 전자와 후자의 사람을 보고 있으면, 서로 다른 의미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전자의 경우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드는 반면, 후자의 경우엔 '타의에 의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원치 않았던 어른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른의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하는 그런 삶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조금 일찍 어른의 삶을 산다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쩌면 썩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행동에 뒤따르는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때로는 냉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내면엔 남들은 모르는 외로움과 고독이 있는 삶. 어찌 보면 언젠가 맞을 매를 좀 더 일찍 맞는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도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좀 더 일찍 어른이 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일찍 어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나이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지만, 여전히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렵게만 느껴진다. 괜찮다고 스스로 타이르면서도,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챙겨야 할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는데, 현실은 내 한 몸 챙기기에도 버겁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잘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게임을 하다 보면 당장 해결하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한 스테이지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저장'을 하고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를 기약하면 된다. 인생은 그렇지 않다. 정말 피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란 불가능할 때가 대부분이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자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야만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눈앞에 나타날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몇 가지 느낀 것들이 있다.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인지한 순간부터, 그것을 미뤄봤자 결코 좋은 결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든, 아니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든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가장 좋았다. 덧붙이자면 의외로 도움을 요청했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힘들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훨씬 수월하다. 누군가에게 너무 의지하는 건 좋지 않지만, 혼자 힘으로만 모든 걸 하려는 것도 결코 좋은 태도는 아닐 수 있다.



추가로 느낀 점은, 애매하게 행동할수록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확실한 결정이 한순간에 상황을 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악역이 되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판단'이 아니다. '후회하지 않을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자신과 상대방,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고 칭찬할만한 선택은 없다. 그렇기에 어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이 걸리고, 방치된 시간만큼 문제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럴 바엔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불확실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고민하며,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바로잡기 위한 생각 또한 함께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라고' 말이다. 



예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 용기 있는 자는 겁이 나고 두려움을 느껴도,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의심이 들더라도,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는 생각일 뿐이다. 당장은 불확실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믿고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빛을 볼 거라는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중이다. 그것이 삶을 대하는 최선의 자세이자, 진정한 어른의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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