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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19. 2022

좋아한다면, 시간이 부족할 리가 없다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있어서' 내게 오는 사람과, 시간을 '내서' 내게 오는 사람을 구분하라고. 사람은 무언가에 대해 얼마나 호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다르게 배분한다. 다시 한번 언급한다. 그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같은 얘기를 굳이 두 번씩이나 말한 이유는, 이 전제가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대학교 때 게임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1시간 이상 남으면, 대부분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PC게임이 모바일 앱으로도 나와서, 일부 기능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길게 남을 땐 PC방으로,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짧을 땐 미리 다음 수업을 들을 강의실로 이동해 모바일 앱으로 게임을 하기도 했다.



모바일 앱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기껏해야 보유한 아이템을 확인하고, AI가 미니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는 기능 정도가 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게임을 하는 데 사용했다. 심지어 야간에 있는 수업을 들은 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이동할 때도,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게임을 한 적도 많았다. 지금은 이해가 안 되지만, 그 정도로 그땐 게임에 빠져 살던 시절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마음이 잘 맞고 좋아하는 친구와는 1시간이 넘게 얘기를 해도, 끊을 때가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운 마음은 더욱 커진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쇼핑하는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돈을 좀 쓰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길 원한다.



좋아하면 시간과 돈을 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이 단순한 진리를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자신과 상대의 마음이 다를 때'이다. 이것을 좀 더 풀어보자면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큰 경우이다. 이것과 관련한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바빠서 연락 못했어"


한 커플이 있다.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이 시간이면 퇴근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연락이 오질 않는다. 최근 회사 일 때문에 바쁘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무래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침대에 누운 채로 유튜브를 보는데, 스마트폰 상단에 새 메시지 알림이 뜨며 내용이 보인다. 기다렸던 남자 친구의 연락이다. 일이 너무 바빠 이제야 퇴근했다고 한다. 반가우면서도 괜히 괘씸한 기분이다.



바로 메시지를 확인하면 너무 기다린 티가 날까 봐, 일단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을 보니, 평소 퇴근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었다. 가볍게 한숨을 후 하고 내쉰 뒤에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한다. "이제 마쳤어? 힘들었겠다 ㅠㅠ" 안쓰럽고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가슴 한편에 자그마한 응어리가 남아있음을 느낀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연락 한 번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연애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을 겪기 쉽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한두 번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을 받더라도 힘이 나지 않았다. 육체적인 피로가 쌓일수록 정신 또한 피폐해졌고, 그러다 보니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그러다가 한 번은 퇴근 시간에 맞춰 여자 친구가 내가 있는 곳까지 온 적이 있다. 꽤 먼 거리를 이동해 와준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이 반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엔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여자 친구는 배가 고프지 않냐며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여자 친구는 내 옆에서 조잘조잘 말을 했고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이동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나의 힘듦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방 안이 매우 조용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는 뒤를 돌아 여자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그녀의 어깨가 떨리고 있다는 걸 보았다.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 옆에 앉아 가만히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조금씩 그녀의 울음소리가 커지면서 내 마음속 어딘가가 부서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헤어진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을 것이다. 일이 바빴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락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화는 못하더라도 메신저 하나 보낼 시간이, 내게는 차고 넘칠 만큼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 일이나 학업에 치여, 누군가를 서운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들도 과거의 나처럼 연인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좋아하면 시간이 부족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바빠서 연락조차 못할 처지에 놓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화 한 통, 메신저 하나를 보낼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면, 연애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바쁜 와중에도 연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그런 사람들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한 채, 자신을 더 사랑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내가 대학교 때 몇 분 간의 짧은 시간에도 게임에 집중했던 것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사람은 시간을 어떻게든 낸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 옆에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기본적인 연락 정도는 잘해주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 '그때 좀 더 잘할걸'이라는 생각을 해봤자,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당신의 인생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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