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럽엔 '마녀사냥'이라는 악습이 있었다. 악한 '마녀'를 가려내기 위해, 사람들은 마녀로 의심되는 자를 잡아다가 무거운 추를 매단 뒤 물에 빠뜨렸다. 무거운 추를 달았음에도 물에 뜨면 마녀로 판정되어 화형을 당했고, 물에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마녀로 의심받는 순간부터, 이미 그 사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현대판 마녀사냥'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곤 한다. 처음엔 '쟤 좀 이상한 같지 않아?'에서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이유가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다.
재밌는 사실은 누군가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조차,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연인을 몰아세우거나, 자신의 실수를 지적한 사람을 되려 욕하기도 하며, 자신이 뱉은 말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곧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특별한 게 아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 모든 건 하나의 사실로 귀결된다. 바로 누군가에겐 '진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이런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신기한 건 그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실에 반대하는 세력이 일정 수 이상이 되면, 두 집단 간의 다툼이 시작된다.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반대하는 주장이 사실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다툼. 처음엔 각자가 사실이라 믿는 근거를 들어 얘기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토론은 비난으로 변질되고 상대방의 주장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서 '네 생각이 틀려먹은 이유'를 설명하기 급급해진다.
두 집단이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다르다. '진실'을 주장하는 집단은, 그것이 정말 '사실'이기 때문에 결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자신은 마녀가 아니기 때문에,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진실이라고 믿는' 집단이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자신들의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더 이상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수많은 시간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바친 돈과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에겐 자신들의 믿음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진짜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마녀사냥'을 하는 중세 시대와, 현대 사회는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연애를 하면 항상 행복할 거라는 믿음, 삶이 언제나 원하는 대로 풀릴 것이라는 믿음, 자신이 내리는 결정은 항상 옳을 것이라는 믿음. 그러한 믿음들이 당신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걸어도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긍정적인 '자기 암시'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곧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 거야!"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어도,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조금 천천히 걸어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아닌, 엉뚱한 길로 걸어가면서 "걷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 거야!"라는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리는 아픈데, 정작 원하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아닌가'라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나 뒤를 돌아보니,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걸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걸어온 게 아까워 돌아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때로는 걸음을 멈출 때가 필요하다. 당신이 지금까지 믿었던 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인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본 적 있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만족스러운지, 옆에 있는 친구를 진짜 친구라고 할 수 있는지, 내가 하고 있는 연애가 진심으로 행복한지, 과거에 어떤 삶을 원했고 지금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삶'과, '원했던 삶이라고 믿고 싶은 삶'. 둘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분명히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보다 결정하기 빠른 순간은 없다.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만은 솔직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