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막상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로 인해 상대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될 때가 있다. 드러내지만 다 보여주지 않고, 숨기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면들. 오늘은 "견고한 외로움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견고한 외로움'. 현대 사회를 이보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유튜브를 보던 중, 한 영상에서 듣게 된 이 단어는 내게 여전히 많은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독한 외로움을 타고 있다. 얼핏 듣기에 이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외롭다',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라고 느낀다. 스마트폰에 수백 개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 또한 다르지 않다. 이것은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단순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롭지만 쉽게 자신의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견고한 외로움'의 핵심이다. 힘들 때 간절하게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있길 바라지만, 그게 아무나 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곁에 머무르길 바라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진 않길 바라는 마음. 그러한 간격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순간 느끼는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조절된다.
굳이 멀리서 예시를 찾을 필요도 없이, 나 또한 그런 편이다. 어떤 일이 생겨도 굳이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좋게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것이 버거운 순간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갖곤 한다. 여행을 떠나거나, 카페를 가거나, 집에서 편히 쉬는 등 말이다.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의 성향이나 현재 상황,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의 주제에 따라 말을 시작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상대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진심으로 감정을 담아 걱정과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별일 아니라는 듯 툭툭 던지는 듯한 위로와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사람 또한 달라진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사람이 곁에 있더라도, 그 사람 또한 힘들거나 대화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을 수도 있다.
곁에 아무도 없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있음에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서러울 때가 있다. 수십 번이 넘도록 힘들어하는 상대의 곁에 머물러주었음에도, 정작 내게 가장 필요한 한 번의 순간에 상대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럴 수 있다'며 애써 이해해보려 해도 좀처럼 서운함이 가시지 않는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겪은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을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받길 바라는 동시에, 어떤 순간엔 그것을 뛰어넘고 자신에게 다가와주길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경계가 뚜렷한 사람들에겐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 어떤 것보다 단단한 벽이 세워진 느낌. 그 벽은 평소엔 매우 단단하지만, 힘들수록 물렁해진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똑같기에, 벽을 보는 사람들은 이 벽이 강한지 약한지를 구분할 수 없다.
나도 최근까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평소엔 내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해 주길 바라면서, 힘들거나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만 상대가 적극적으로 다가와주길 바라는 게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행동하기로 했다. 힘들 땐 힘들다고, 기댈 곳이 필요하면 그것을 상대에게 먼저 말하며 손을 내밀기로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없다. 상대의 말과 행동을 보며 평소와 다름을 눈치챌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힘겹게 추측하며 행동하기보단 먼저 무엇이 필요한지 말을 하면 될 뿐이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간단한 해결책인가!
'견고한 외로움'의 가장 핵심이자 문제점은, "상대가 알아서 다가와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고자 꽁꽁 싸맨 채,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마음.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없어서 누구든 손을 뻗어주길 바라고 있다 보면, 자칫 자신에게 더한 상처를 줄 사람의 손을 잡을 위험도 있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매번 힘든 기분을 느끼진 않지만 가끔 힘들 땐 억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힘들구나'라는 것을 순순히 인정해 보는 것이다. 그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의외로 빠르게 가라앉는다. 자기 자신의 상태를 똑바로 보지 않고 외면하거나 부정할 때, 심신은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였음에도 힘들다면, 손을 뻗을 줄도 알아야 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평소에도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당신이 괜찮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겠지만, 그 손을 잡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항상 상대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다가갈 용기를 낸다는 것. '견고한 외로움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은 한 걸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