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거짓과 솔직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털어놓진 않으며, 처음 본 사이지만 마음속 깊숙이 숨겨놓은 비밀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 그러한 솔직함을 어떤 식으로 드러내는지에도 사람마다 다르다. 당신은 자신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겪어본 적 있는가. 오늘은 "똑같은 솔직함, 다른 결과"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는 꾸밈없이 사람을 대하는 걸 좋아한다. 기본적인 예의와 선을 지키지만, 굳이 나 자신이나 타인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포장하듯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불과 몇 년 전엔 지금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타인이 주로 많이 했던 칭찬이 "다정하다", "착하다", "배려심이 많다"와 같은 부류였다. 사실 그러한 칭찬이 고맙긴 했지만, 그러한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스스로 바라본 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꽤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내가 아끼는 사람 외엔 그다지 잘 챙기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처음 보거나, 안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그런 뉘앙스의 말을 할 땐 '도대체 왜?'라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곤 했다.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사람들이 내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답은 단순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진짜 모습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혹시나 미움받지 않을까', '나를 떠나가진 않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숨김없이, 꾸밈없이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후부터 마음은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바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와 타인, 또는 둘 중 한 명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곤 한다.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되는 일이란 매우 드물다. 직장동료나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다. 가장 두려운 건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며, 그것의 출발점이 '솔직함'이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것. 특정한 상황에서 이 2가지는 강하게 충돌하곤 한다. 스스로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다를 경우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해준다면 당신의 마음은 편하겠지만, 상대는 당신에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당신이 들어준다면 어떨까.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당신 또한 기분이 좋겠지만, 이내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리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각자가 옳다고 믿는 답을 내릴 것이다. 나 또한 현재의 기준으로 이 질문에 답하자면, "그래도 솔직하게 답하겠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주장한다는 말은 아니다. 나 또는 상대가 그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그날 서로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대처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은 어디까지나 '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서운함을 달래주거나 회피하기 위해 솔직해지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험에서 눈을 돌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춰준다고 해서, 상대가 그것을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었든 말이다. 고마움이든, 서운함이든 표현을 해야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대신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길 원한다. 당신도, 나도 말이다. 솔직한 게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작정 자신의 주장만을 강하게 고집한다면 어느 누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이 세상 그 누구도 감성과 이성 중 하나만을 사용하진 않는다. 감성적인 사람도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적인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서운해하고 한없이 여려지기도 한다.
자신이 솔직하다는 이유로 타인의 감정을 나 몰라라 한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스스로 하는 반성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누구나 한다. 문제는 노력에서 그치느냐, 그것을 극복하느냐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되, 상대의 감정 또한 알아준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솔직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