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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Feb 25. 2024

누구를 만나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을 느끼는 방식엔 2가지가 있다. 혼자서 행복한 것과 함께 해서 행복한 것. 옛말에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되고, 행복을 나누면 2배가 된다고 한다. 어떤 부분에선 납득이 가지만 모든 부분에 이 말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연애나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 혼자 있는 시간은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대하느냐에 따라, 당신이 마주하게 될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며칠 전 미용실에 방문했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미용사 한 분이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 몇 달 전 방문한 이후로 단골이 되었다. 실력이 좋으신 것도 있지만 머리를 자르면서 나누는 대화가 꽤 즐겁기 때문이다. 나이가 비슷한 것도 있지만 결혼한 지 9년이 되었고 아이까지 키우고 계시다 보니, 주로 연애나 결혼 등에 대한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최근에 미용실을 갔을 때도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각자 행복해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미용사 분은 무엇을 하든 함께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배우자 분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각자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연애 때부터 결혼하고 나서도 다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 또한 혼자만의 취미를 갖게 되면서 배우자 분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는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말이다. 그걸 받아들인 후부터 오히려 결혼생활이 더 행복해졌다고 하셨다. 여전히 비슷한 이유로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가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다 보면 어느 정도 화가 풀리게 된다고 말이다.



미용사 분은 여전히 자신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전보다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나랑 같이 있는데도 혼자서 뭘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나를 그만큼 안 좋아하니까 혼자서 뭘 자꾸 하고 싶은 거 아냐?'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제가 혼자서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랑 있는 게 싫어서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하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의미의 즐거움이었구나'. 그걸 몰랐던 거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특별한 일이다. 기쁜 순간에 같이 웃고, 한 명이 슬퍼할 때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연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해도 매 순간 함께 있을 수만은 없다. 이상적으로 바랄 순 있어도, 현실에서 그렇게 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인이 되기 전까지 각자의 삶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해서 멀리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흔히들 별 탈 없이 만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정말로 행복한 연애, 결혼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들은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동시에,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도 제법 잘 보내는 편이었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하며 각자 주말을 쉬기도 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행동하는 커플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다투는 횟수가 잦아지다가 결국 헤어지곤 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나의 바람과 바라는 수준을 상대도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내가 널 사랑해서 함께 있고 싶으니까, 너도 나와 함께 있고 싶을거야' '내가 지금 널 보고 싶으니까, 너도 지금 날 보고 싶어 해야 해' 자신의 사랑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그것을 바라는 건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일 뿐이다. 누구나 욕심을 부릴 순 있다. 하지만 욕심을 과하게 부릴수록 상대가 지칠 수도 있음을 알고,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지켜야 할 선'이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기준에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연애할 때 '이 정도면 나도 많이 참았지' '내가 진짜 너 만나면서 많이 내려놨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곱씹으면서 자신이 엄청나게 배려한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생각들은 상대가 자신을 서운하게 하면 더욱 화가 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내가 이 정도까지 내려놨는데, 넌 이렇게밖에 못해?' '내가 어디까지 맞춰줘야 되는 건데?'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내가 포기한 수준'이, 상대에겐 여전히 매우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럼 나는 앞으로 얼마나 내려놓아야 하는 걸까'란 생각도 들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스스로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말이다. 상대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대처 방식, 각자의 상황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 관계를 끊어낼 용기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내려놓은 부분에만 집중한 채 상대가 더 노력해 주기만을 바라면 서서히 관계엔 금이 가게 되며, 각자의 한계치를 넘는 순간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관계가 끝나게 돼버린다.


 




이 모든 건 자신이 상대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걸 단순히 '사랑하니까 그렇지'라고 넘어간다면,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결국 비슷한 이유로 헤어질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도, 기존에 살던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상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평생 함께 하고 싶다면, 그 사람 외에 다른 것들도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여전히 나라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볼 수 있게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상대가 다른 이성에게 한 눈을 팔거나 딴짓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며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끊는 게 맞다. 이미 글러먹을 상대를 만나면서 '내가 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저 사람도 날 다르게 봐주겠지'라는 건 본인의 착각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본인도 알고 만났으면서 그 사람을 바꾸려 들지 마라. 그건 당신의 욕심이며, 당신이 뭘 하든 애초에 그런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여유를 가져라. 안달내고 강요한다고 해서 당신의 입맛대로 상대가 바뀌지 않는다. 처음부터 당신이 원하던 부분이 충족되는 사람을 만날 것. 관계에 있어서 조바심 내지 말 것. 서로에게 해야 할 것들은 하되, 일상을 무리하게 바꾸지 말 것. 자신의 일상을 억지로 바꾸려 드는 사람에겐 단호해질 것.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함께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해질 거라 기대하지 마라. 서로 자신만의 행복을 지닌채 살아가야, 함께 있을 때 그러한 행복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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