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머리로는 아니란 걸 알아도, 감정이 먼저 훅 하고 움직이게 되는 그런 사람이.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해보는 것도 굉장한 행운이다. 더 나아가 그 사람과 결국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잘 맞지 않는 부분들 때문에 이별하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이 더 옳고 그른 건 없다. 하지만 특정한 연애의 패턴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비슷하게 힘들다면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재점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유독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좋아하면 '모든 걸 맞춰갈 수 있다'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힘든 연애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은 연인의 실수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려버리기 때문이다.
서운한 감정이 들 때 '이 사람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나는 그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묻고 싶은 건, 서운한 감정 이전에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것이다. 자신이 지나치게 상대에게 많은 걸 바라고 있진 않았는지, 평소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왜 상대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해본 적은 있었는지 등 말이다.
좋아하면 모든 걸 맞춰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이 상대보다 이 관계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단정 짓는다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하는 것들보다 자신이 상대를 위해 하는 행동들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내로남불'의 태도를 자주 드러낸다. 자신이 받는 것들에 대해선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감사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한 배려에 대해서 상대가 무신경하게 행동하면 서운해하는 것이다. 매번 당신만 미안해하고 상대의 서운한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한 관계를 왜 유지해야 한단 말인가.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연애를 해오고 나서, 정작 결혼할 상대를 고를 땐 사랑의 현실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건 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사랑'이란 건, 단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집을 어디에 사는지 등 경제적인 부분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은 결혼 이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에 대해서도 나는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넓은 평수의 신혼집에서 살더라도, 잦은 의견 차이로 인해 다투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다면 과연 그것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혼은 현실'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나와 상대가 현실 속에서 서로 다른 부분들을 감정이 상하지 않게 잘 맞춰나갈 수 있는지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설거지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외출해서 집에 들어올 때 신발은 제대로 정리를 하는지, 샤워 후 화장실에 있는 물기는 닦는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각자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어떻게 하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것. 연애를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확인해 보고, '이 시람과는 평생 함께 해도 큰 문제가 없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들이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현재 만나는 사람을 제대로 믿지 못하고, 결혼을 두려워하며, 사랑을 회피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이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변에 연애를 한 사람들. 결혼을 한 사람들. 이혼한 사람들. 여러 커뮤니티에 떠도는 글들. 자신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닌, 모두가 인정하고 납득할만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만나려고 하다 보니 자꾸만 불만족스럽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라. 과연 본인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정도로, 나 자신 또한 괜찮은 사람인지 말이다.
제대로 된 사랑,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쓸데없는 정보들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 본인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하면서 주변에 쓸데없는 조언만 남발하는 사람들의 말들은 과감히 무시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생각해 봤을 때 큰 문제없이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게 생각해 보라. 특정한 시점 후부터는 특출 나게 매력 있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내려놓을 수 있는 부분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사람을 만나는 것' 정도가 가능해진다는 게 현실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가장 먼저 주변에 쓸데없는 말들을 흘리는 사람들을 정리하라. 그런 후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라.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며 그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들 모두가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