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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31. 2024

이제 개울가에서 고래는 그만 찾으세요


'좋은 사람'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도대체 그런 사람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 말의 전제가 이미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앞서 발행한 글들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내가 잘 맞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 사람을 만난 장소'가,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사람.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 나 몰래 허튼 짓은 하지 않는 사람. 성실한 사람 등등.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모두가 상대를 똑같은 장소에서 만나진 않는다. 클럽, 소개팅, 각종 모임, 길을 걷다 우연한 만남 등등 각양각색의 장소들에서 상대를 만나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장소와 관계없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 클럽이나 술자리,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서도 자신의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아는 사실 또한 있다. 바로 장소가 의미하는 '상징성'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어디서 만나든, 그 사람이 자신과 잘 맞고 코드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문제 될 건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상대를 소개할 때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 대해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클럽'에서 만난 것과 '도서관'에서 만난 건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클럽이 나쁘고 도서관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클럽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자신 또한 어느 정도 술자리를 좋아하고 클럽을 즐긴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클럽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실제로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도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내가 종종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앞서 언급한 좋은 사람, 즉 성실하고 안정감 있으며 자신만을 사랑해 주길 바라면서 정작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한 장소가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들을 자주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개울가에서 고래를 찾길 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에 0%라는 건 없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자주 갈만한 장소에 가는 게 훨씬 더 빠른 지름길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도 좋아하는 동시에, 원하는 특성까지 다 갖춘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낮은 확률인가. 물론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아쉬울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 자신이 직접 가야 하는 이유는,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무엇을 시작하는 데에 정해진 때라는 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시도했던 것들이 바라는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기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만나는 건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을 기준으로 '내가 어느 정도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판가름한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힘든 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얼마나 좁아지는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가치가 총 10개라면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1개를 포기하고, 올해는 2개를 포기했다고 해보자. 스스로는 아마 그 정도만 내려놓는다면 썩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정말로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재작년에 비해 작년엔 적어도 2~3개의 가치를 포기했어야 하고, 올해는 4~5개의 가치를 포기해야만 만남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이만큼이나 포기했는데도 괜찮은 사람이 없어! 도대체 얼마나 내려놓아야 하는 거야!"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려는 욕심은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고픈 마음이 간절하지 않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노선을 정확하게 정해서 움직여야 한다. '원하는 모습들이 많진 않지만 자신과 좋아하는 것들이 겹치는 사람'을 만날지, '자신과 좋아하는 것들은 달라도 원하는 모습들을 보다 많이 갖춘 사람'을 만날지 말이다.



개울가에서 고기를 찾을 거라면 송사리나 피라미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상어나 고래를 만나고 싶어하면서 1년 내내 개울가를 간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좋아하는 곳에서 사람을 만날지,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움직일지. 시간이 지날수록 둘 중 하나를 되도록 빨리 정하는 게,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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