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기 전,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떨어지면 아쉽고 집에 가면 생각나는 것. 상대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그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나오는 행동들이다.
연애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남을 시작한다. 하지만 똑같은 시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커플은 별 탈 없이 오래 만나는가 하면, 또 다른 커플은 언제 그랬냐는 듯 100일도 채 되지 않아 헤어지기도 한다. 똑같이 서로 사랑해서 만났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내 경험과, 주변 사람들을 보며 연애와 관련해 느낀 게 하나 있다. 바로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정컨트롤'이 반드시, 정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일상을 상대에게 맞춰 모든 걸 공감해 주거나, 연애를 시작했음에도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을 억제하면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사랑한다는 감정으로 연애를 시작할 순 있어도, 막상 시작하고 나면 상황에 따라 그 감정을 얼마나 잘 컨트롤할 수 있느냐에 따라 관계의 양상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서운한 감정을 억누르고 '괜찮다'라고 말하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애 또한 잘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기도 하고, 그것을 다양하게 풀어보는 경험을 통해 '나와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겨나는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여전히 감정컨트롤이 서투른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은 경험과 실력이 비례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무리 일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도 해도, 반복해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처음보다는 실력이 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똑같이 시작해도 어떤 사람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것보다 더 많은 걸 깨우치는 반면, 그 하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성을 만나도 과거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거나 헤어지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근본적인 원인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흔히 연애를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성친구'와 관련된 영역이다. 만약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이성친구를 만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와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만남을 시작했다고 해보자. 과연 이 두 사람이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연애를 시작하면 이성친구와의 만남을 줄이는 사람도 많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러한 기준 차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한쪽이 아무리 이해하고 노력한들 계속해서 다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성친구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이성친구 또한 친구의 범위에 속한다는 사람이 만났다고 해보자. 시작은 할 수 있어도 두 사람이 안정적인 연애를 하기 위해선 엄청난 고통과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쪽은 왜 이성친구를 만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반면, 다른 한쪽은 그저 친구를 만난 것뿐인데 화를 내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원만한 대화를 통해 잘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양쪽이 겪을 고통과 합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굉장히 비효율적이며,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관계를 끝내는 경우도 생길 확률도 존재한다.
안정적인 연애를 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애초에 연애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힘든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대에게 만남에 걸림돌이 되는 큰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덮고 시작하는 것 말이다.
'사랑하니까 맞춰갈 수 있지'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는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랑은 치료약이 아니라 '마취제'에 가깝다.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 사랑은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뿐, 사랑 때문에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두 사람의 실질적인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관계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사람과 만남을 시작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태도라는 것이다.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그에 따라 우리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음에도 막상 만나보면 생각과는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이상형을 그리고, 그와 가까운 사람을 찾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적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부분만을 집중해서 본다고 한들, 당신이라는 사람이 물질적인 요소보다 사랑받는 게 중요하다면 아무리 부유한 사람을 만나도 무슨 소용이겠는가. 반대로 안정적이고 편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지극히 외적인 부분에만 중점을 두고 사람을 만나면 그것 또한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질 게 뻔하다.
현재 당신의 연애가 힘들다면,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 스스로도 어떤 사람을 만나야 자신이 행복한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상이 행복해지진 않는다. 물론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사랑받는 순간순간이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훨씬 많을 것이다. 감정에만 치우쳐 자꾸만 다른 이유를 찾으려 들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보라. 정말로 당신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은 당신이 원하던 사람이 맞는가. 당장 겪을 고통이 두려워 평생을 힘들게 살 것인지,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지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있음을 기억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