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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23. 2024

행동에 담긴 마음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상대를 위하는 척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만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타고난 성향 및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특정한 형태의 애정을 원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해주게 된다.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길 원하는 성향으로 태어났지만 부모에게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주는 동시에 자신 또한 받길 원하게 될 것이다. 반면 혼자서도 잘 지내는 성향인데 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 일정한 선을 긋고 지내려 들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믿고 있는 애정의 형태를 정답이라 믿고, 그것을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애정의 형태를 드러내진 않는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힘든 사람도 있는가하면, 스스로 추구하는 애정의 형태가 사회적인 통념에 반하는 경우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상대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이처럼 특이한 성적 취향뿐만 아니라, 상대가 모든 걸 내팽개치고 자신만을 바라봐주길 원할 때 그것에 흔쾌히 응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사랑에 정해진 답은 없다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형태가 다를수록 다툼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랑의 형태가 비슷한 사람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람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사람은 안정적인 사람에게, 스스로 남들에 비해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멋진 외모를 지닌 사람에게,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큰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은 부유한 사람에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랑을 추구하는 두 사람이 만나면, 언젠간 반드시 위기에 봉착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왜냐하면 특정한 상황에서 아예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연애관부터 시작해 취미, 이성친구, 경제관념, 문제상황에서 해결하는 방법 등 대다수의 상황에서 자신은 A가 정답이라 믿는 반면, 상대는 B가 정답이라고 믿는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에게 발생한 문제가 자신에게 점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의견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많이 힘들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당분간 혼자 있길 원하거나, 특정 부분에서는 예전과 아예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러한 문제를 겪고 이별하진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차이를 감당하지 못해 이별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잘 극복하고 별 탈 없이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로 다른 사랑을 추구하는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된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둘 중 하나 또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애정만을 상대에게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게 사랑이지'라는 생각을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 할수록,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관계가 이어지는 건 상대방이 그것을 참아주거나 이해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쪽이 알지 못한 채 '이제야 네가 뭐가 맞는지 이해했구나'라고 생각한 채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고 상상해 보라. 어떤 관계든 한쪽이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할수록, 그 관계는 잘못 흘러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정말로 좋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에게 주려고 하기보단, 상대가 원하는 걸 파악하고 그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최근 상대가 일 때문에 많이 지쳤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은 피곤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회복하는 것과 달리, 상대는 내향적인 성향이라 힘들수록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로 당신이 상대를 생각한다면, '만나서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먼저 '상대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상대를 위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상대방을 위해서 상대가 있는 곳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정말로 상대가 원한 건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주려고 할 때 그 행동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로 상대를 위한 행동과, 자신의 만족을 위해 상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자신의 사랑을 충족하기 위해 '상대를 위하는 척'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매번 상대의 사랑만을 존중해 줄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가 정말로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자신이 원하는 사랑만을 끝까지 충족하려 든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가. 지금 당신이 맺고 있는 여러 관계 속에서 당신이 말하고 듣는 비중에 대해 떠올려보라. 만약 그러한 비율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다면 당신도 조금은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위해서가 아닌, 당신을 위해서이다. 어떤 관계든 참아주는 것엔 한계가 있다. 당신 또는 상대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불만을 참기보단, 솔직한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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