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들 어떻게 결혼했는지 자세히 알진 못한다. 다만 별 탈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보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은 후 결혼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건 확실하다. 혼자 지낼 땐 이 다툼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서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다보니, 맞춰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거나 언젠간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최근 개봉한 영화인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주인공이 사춘기를 겪으며 전보다 다양한 감정을 겪게 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춘기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라고 나온다.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웬 사춘기? 왜냐하면 우리는 결혼 준비를 통해 인생에서 최소 2번째 사춘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은 대학교를 거쳐(남성들은 군대를 포함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강해진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전보다 많이 성장했다고도 여긴다. 또한 연애도 몇 번 해보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믿는다. 즉,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이 정도면 나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이지"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답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분명 맞는 말이다. 문제는 나와 결혼하는 상대방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것. 사람들은 이걸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이 사실을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지하는 것'과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르다. 회사에서 아주 간단한 일을 실수한 신입 사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는 그 사람이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많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러한 결과를 마주했을 때 "아니, 어떻게 이걸 실수할 수 있어요?"라며 화내는 사람도 있다.
인지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나는 이것이 '잘 되고 안되고'는 타고난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믿는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전보다 나아지기도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신의 천성이 이해되지 않는 걸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면,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걸 타인보다 잘 받아들이는 사람도 이런 사고가 마냥 쉽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고난 성향에 따라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양하게 대처한다. 회피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아주 다양한 이유로, 자주 벌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결혼을 준비할 때'이다.
살아온 인생, 타고난 성향, 경제력, 기타 등등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거기다 평생 같이 살기 위해 맞춰가는 과정이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혼하기로 결심한 사람들 중에서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나를 포함해)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투거나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는, '상대가 맞춰주지 않는다'라기보다는 '난 그게 싫으니까 네가 나한테 맞춰'라는 이유에 가깝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자부심이 강하거나, 혼자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게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행동을 더 많이 보이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상대의 생각보단 내가 생각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 믿었다. 중요한 문제들을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려 했고, 그로 인해 생각지도 않은 문제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여태껏 외면해 왔던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과도 수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내가 가진 결함을 외면하거나 회피했던 시간과 비례한,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던 삶의 두 번째 사춘기 이후로, 나는 또 다른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시기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가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저마다 한번 이상은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는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미 2번째, 3번째 사춘기를 겪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보고 싶다. 분명히 겪고 싶지 않았을 고통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현재 결혼 준비를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먼저 당신의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라.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어쩌면 당신의 선택으로 인해 당신과 상대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고민해보라. 설령 그러한 힘듦조차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참고 견딜 수 있다면, 겁이 나도 함께 걸어가 보길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두 번째 사춘기를 통해 전보다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