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수는 장승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벅수는 수호신', '장승은 이정표'로 의미의 시작이 다르다고 한다.
벅수는 法首법수로, 참됨의 우두머리라는 원 뜻이 있으며, 최초의 법수는 단군이라 말하는 이가 있고, 벅수의 처음 모습은 '미륵을 닮은' '民佛'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등산이라 하기에는 다리에게 부끄럽고 산책이라 부르기에는 심장한테 미안한 산, 두우산을 자주 올라가는데 여기는 하류 중의 하류, 섬진강 하류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라 삼류 작가인 내가 혼자 얼씨구절씨구 위로하고 위로받는 곳이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 고포마을.
섬진교 하나 두고 왼쪽이 전남 광양, 오른쪽이 경남 하동이다. 섬진강휴게소가 눈앞이고 진교 금오산이 등 뒤에 있는 두우산에 올라, 남해로 남해로 섞이는 섬진강 보는 것을좋아한다.
두우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 고포高浦인데, 바다와 맞닿은 섬진강 하구, 높은 포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여수 선소船所 벅수, 삼천포 대방진 굴항屈港 벅수와 하동 고포 벅수는 수군기지의 수호신이다.
벅수는 '멍청이 같다'라는 의미로 욕 아닌 욕처럼 쓰였는데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마을 수호신이 '멍 청화'되었다 한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이 말을 쓰지 않지만, 돌벅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해줘도 돌 대하듯 한다.
동창에게 벅수 사진을 보냈더니 와우, 멋지다 했다가 벅수야 벅수. 그랬더니 동네 바보?라는 그 벅수라는 말 들은 적 있다 했다. 아니야 바보, 이 사진이 벅수야. 수호신.
혹,
벅수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보이면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지*덕*체 갖춘 자의 모습을 보이는 동구(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아니었을까?
두우산 갔다가, 고포 갔다가 만난 돌벅수를 와락, 안고 싶었는데 비도 오고 바람 세고 함께 간 친구는아끼는 골프우산이 고장 나 속상해하는데
잘생겼지?
일 자 눈썹
왕방울 눈
뭉툭한 코
긴 수염
'제삿밥을 먹고 있는' 전통 당산堂山(토지나 마을의 수호신이 있다고 하여 신성시하는 마을 근처의 산이나 언덕)에 있는 나! 벅수야 벅수!
할머니 나무인 느티나무가 있고, 상석과 벅수 이 세 박자 다 갖춰진 당산을 찾았다. 가슴 아래(이름을 새기는 부분)가 망실된 벅수. 사연은 모르지만, 천하대장군 지하 대장군의 나무 장승보다는 반갑고 친숙한 마음에심장이 또 다리보다 먼저 100미터를 뛰었지.
지하 대장군이 여장군이 되었듯 음양오행의 잘못된 해석도 있다 하고벅수와 장승이 구별 없이 장승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적 지난 과오와 일제에 의한 이유라는 말도 있다. 다른 얼굴의 벅수 찾으려다 포털에서 본 글 대부분이 벅수 이꼴 장승 이야기다. 여행 가면 마을 입구서 흔히 만나는 나무 장승 부부 모습이나 장승 가족.
절의 사대천왕처럼 무서운 모습도 있고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신식 패러디 장승도 본 듯하지만, 벅수라 불리는 돌상의 표정은 온화하고 '소원 빌고 싶어지는 얼굴'이다.
고포 벅수는 '내가 안아주고 싶은 벅수'가 첫인상이었지만 촌스러움을 가득 안고 만들어졌지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마을 사람들의 눈 밑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하다가 밤 되면 지붕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온 세상 동네 근심 걱정 소리 다 듣고 있겠지.
"뚱뚱해도 마음만은 홀쭉해서 맨날 네 마음속으로 잘 들어간다이가!"라며 백날천날 저잣거리에서 젤 큰 웃음으로 '절대 은밀하지 않게 위대했던' 친구 얼굴이 꼭 고포 벅수 같다. "욕이, 살 뚫고 들어오나?"로 시작해서 "후시딘 연고 한 박스 발라줄게"로 끝나는, 하동읍이 다 외운다는 명대사를 또 어떤 신규 읍민 붙들고 하고 있으려나.
하구, 하류에서 만난 사람들은 덩치가 크다. 합류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강하며 잃어 본 것이 많아 흘려보내는 것도 익숙하다. 바다가괜히 바다일까.서로에게 박수가 되는 거 벅수가 되는 거. 하구에서 하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