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늘은책방’ 이곳에서 2주동안 책방지기를 했습니다. 아침 눈뜨자 마자 부랴부랴 두 아이를 챙겨서 급하게 도착하고 문을 열고 전기 불을 켜고 켜둬야할 콘센트를 누르고 환기를 위해 큰 문을 열고 손잡이와 테이블을 소독하고 쓰레기가 없는 날은 바로 밀대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바닥을 닦습니다. 들이가 잠이올 시간이라 업고 무릎을 까딱까닥 움직여 가며 바닥을 닦습니다. 입구에서 거꾸로 거꾸로 화장실쪽으로 그리고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고 물로 닦으며 끝. 유리컵들이 제자리에 잘 뒀는지 오늘 챙겨야 할 것들은 없는지 정리하고 나면 들이가 웁니다. 안고 달래가며 젖을 물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시절 가게가 떠올랐습니다. 안동슈퍼 우리 부모님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구로 와서 슈퍼를 시작하셨습니다. 아기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셔서인지 꽤 오랜 시간을 슈퍼를 운영하시며 삼남매를 키우셨고 저는 그 시간들이 기억의 장면으로 조금 남겨져있습니다. 늘 가게 밖에서 뛰어놀거나 진열되어있던 과자들 매달모양 초콜릿 등이 대부분입니다. 그 때의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 처럼 셔터 문을 열고 청소하고 먼지를 털고 진열장을 정리했을 겁니다. 그런데 젖은 어디서 먹이셨을까요? 손님이 오셨을땐 어떻게 했을까요? 장사가 안되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는 책방에 앉아 그 시절을 궁금해 보았습니다.
답은 알 수 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손님이 있든 없는 그 삶을 충실하게 살으셨고 그 충실함은 버겁기도 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셨을 거 같고 쉼표가 없어서 남겨두는 장면이 없으셨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시작했지만 아기를 돌보며 신경을 써가며 손님께 커피를 내거나 책을 추천해보는 일들, 청소를 하는 일들은 집에 돌아오면 안심의 한숨과 동시에 녹초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손님이 한명도 없던 날은 괜히 나 때문이거 같아 자책하는 마음도 들어 더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주간이 지나고 보니 안동슈퍼에서의 은선이처럼 좋은 추억으로만 남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어렵고 고단했던 순간들로 기억되어지지 않고 대단했던 엄마 부지런했던 엄마 용기있던 엄마 애살이 가득했던 엄마 손님을 밝게 맞이하던 엄마 끄적끄적 가게부를 쓰다가 그림을 그리던 엄마의 모습만 남아있는 것처럼 이곳의 책방지기 엄마은선도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을 거 같습니다.
거기다가 작은 다짐도 들었습니다. 안동슈퍼의 부모님처럼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자는 다짐, 아이들에게 조금 더 사랑을 표현하자는 다짐 그것입니다.
짧은 2주간을 너무 과장되게 기억하려 애쓰는 글은 아닐까 걱정되지만은 이 글이 저에게 들려주는 글이기에 부끄럽지만 나누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삶의 위로가 될 추억을 더 강인한 엄마로 자라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책방주인 엄마지윤 아빠 준화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