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선씨 Oct 23. 2021

주부은선의 일상글2

<제안서입니다만. ‘안동슈퍼’>


요즘 아니다. 요즘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상상이 있다. 상상만 시작하면 현실에 도통 잘 안돌아온다.  

무엇이었냐 하면,

바로 내가 차리고 싶은 가게 그리고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상상이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 ‘가게 딸린 집’. 내가 살아왔던 어린 시절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나의 기억 대부분은 가게 딸린 집에서 살았다. 안동 슈퍼 처갓0 양념통닭 카나리0치킨 세 번의 가게가 기억난다. 특히 안동슈퍼를 하던 그 시절은 내가 많이 어렸던 걸까 국민학교 3학년 때  통닭집으로 바뀌었던 게 맞을 거다. (그땐 국민학교!) 아무튼 그 시절 이야기해주는 가족들은 지금 별로 없어서 인지 나는 늘 그 시절들을 사진을 보고 상상하거나 기억들을 짜 맞추어 보기도 한다.


유독스레 요즘 가게 딸린 집을 고민하게 된 배경은  전셋집 주인의 매매를 강요해서도 아니다.

가계부에 빵구 많아 돈을 벌고 싶어서도 아니다.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기대도 아니다.

다 아니다. 아니다.


여기서 아니다는 강한 부정일 뿐 아마,

내 심정의 밑바탕에는 다 사실의 이유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러면서 시작된 상상인데,  상상 속에서 나는 가끔 이혼  엄마를 떠올린다. 부모님이 고생하며 애쓰며 살았던 신혼 초기 시절 ,  부모  시절 잘 지는 못하지만 그냥 애절한 감정으로 엄마를 아버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그래서 나의 안동 슈퍼 제안서는  슬픔이 조금 담길 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여겨  가게 딸린 건물은 경주의 시골에 있다.  집은 지금 비워둔 가게인데 주인이 살고는 있지 않고 마당의 텃밭만 이용하는 듯하다. (이것도 추론이다. 주로 오전에 대문이 열리고  닫혀 있는데 슬쩍 보았던 적이 있다.) 단층짜리 유리 시에 작은  한쪽에는 창문 공간도 있다.  색이 바랜 하얀색 페인트에  집의 대문은 빨간색인데 유독  거처럼 깨끗하다.  간판으로   있는 공간도 있다. 마음에 든다.  그냥 집안으로  공간이 추위와 더위에 강할까 고민스럽다.


내가 만들 안동 슈퍼는 이름일 뿐 난 카페 겸 잡화점을 하고 싶다. 잡화점의 속성은 슈퍼이고 카페의 속성은 사람들의 공간이다.

결국 ‘안동슈퍼 커피점이걸  하고 싶다.


좀 널찍한 평상을 꼭 둬야 한다.

우리 집 가게의 역사에서 평상은 늘 빠진 적이 없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늘 놀다 앉다 갔고 여름날 저녁에 술 마시던 어른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아버지가 빠진 적이 없다.) 그 평상이 난 좋았는데 나의 가게 앞에 그걸 두고 동네 어른들의 택배 보관소가 되거나 믹스커피 한잔의 공간이 되거나 길 건너 고등학생들의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테리어는 최소한을 해야겠지만 (예산을 생각해서) 예전 집의 외벽에 있던 갈색 벽돌 아, 이것도 타일이었겠다. 갈색 벽돌들도 좀 붙이고, 2층으로 올라가던 계단 타일들 아주 작은 푸른 빛깔 잘 떨어지던 타일들을 인테리어로 쓰고 싶다. 선반들은 철물점의 나무 선반을 사용해야지 한쪽 외벽의 작은 창은 사진관처럼 액자 선반으로 꾸며야겠다. 담배를 팔 계획은 없지만 담배 글씨를 그대로 두어도 좋겠다. 사진 속 엄마가 앉아있던 폭신한 쿠션 나무의자 그 옆의 작은 유리 냉장고 그리고 연탄난로도 두어야겠다. 테이블은 2개들 못 둘 정도로 작지만 밟고 올라가는 작은 마루를 없애진 말아야겠다.  바로 앞 방을 좌식형 카페로 공간을 빼도 나쁘진 않겠다. 우리 집 안방이 늘 가게 손님들이 놀러 와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주변에 인기 많은 복고풍 카페들도 많이 생각이 난다. 콘셉트가 많이 겹쳐서 내가 정말 차리고 나면 지인들이 걱정에 걱정을 할 거 같다. 그땐 이렇게 핑계를 대야지 …


“여기 내 집이야 우리 애들이랑 짝지랑 사는 곳”

탈탈 털어서도 대문 앞마당을 살 돈도 없지만 대충 어째 어째 대출 조금 받고 그렇게 해서 손 볼 곳 많은 저 집에서 살면서 나의 상상도 현실이 됨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의 젊었던 부모도 부모가 처음 되던 그 시절을 내가 ‘지금’으로 잡아두고 이해하고 껴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이들의 어린 시절과 부모들의 이야기와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들을 더 재미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돈은 조금 벌여졌으면 좋겠다.

대출은 갚아야 하니 애들은 키워야 하니


이렇게 우선 나의 제안서 1탄을 마무리한다.

제안서란 검토할 수 록 깊어지는 맛이 있어야 하니 다시 쓸 때에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써봐야겠다. 아, 재밌구나 _

 


작가의 이전글 주부은선의일상글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