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과 의사 Dr MCT Nov 21. 2024

돈과 행복(4)

정신과의사가 돈을 대하는 법 

전통적으로 인간의 기본 미각은 단맛, 짠맛, 신맛, 짠맛, 감칠맛 다섯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간이 지방맛도 느낄 수 있으며 이 맛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더 많은 지방을 먹도록 한다고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방의 1일 성인 권장량은 51g입니다. 투쁠러스 한우 등심 100g에는 20-30g의 지방이 있어 200g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다 채우게 됩니다. 이 이상을 먹게 되면 우리 몸에 지방으로 축척되며 비만으로 이어집니다. 비만은 고혈압,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신체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행복을 줄이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돈도 지방이 가득한 한우 등심과 비슷합니다. 돈에 대한 갈망이 지나치면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등심에 있는 지방과 마찬가지로 돈은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제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그러면 돈을 안 좋아하세요? 선생님도 돈 많이 벌면서 왜 돈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세요?’라고. 저는 절대로 돈을 무조건 배척하고 나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산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살 것이 아니기에 돈은 꼭 필요합니다. 저 또한 돈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기 때문에 늘 경계하고 적당한 욕심을 부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말하자면 애증의 관계인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행복하기 위해 돈에 대한 여러 가지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때로는 저도 이 원칙을 모두 지키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나만의 원칙이 있고 이것을 지킬 수 있다면 돈 때문에 행복한 삶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얼마의 돈을 원하는지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보상 체계는 ‘적당히’라는 단어를 모릅니다. 그래서 돈과 같이 보상을 주는 물질에 대해서 이성적인 목표치를 세워놓지 않으면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처럼 끊임없이 가속합니다. 술을 마실 때 ‘오늘 얼마를 마셔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실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목표치가 없으면 돈에 대한 욕심도 끝나지 않습니다. 끝없는 욕심은 행복한 삶에 거대한 장벽이 되기 때문에 수입 목표가 필요합니다. 수입 목표를 세울 때는 1개월 단위로 단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도 있고, 1년 이상의 단위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수입 목표의 목적은 무조건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는 내가 꿈꾸는 행복한 삶이 어떤 삶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때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돈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수입 목표를 차분히 고민하다 보면 생각보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돈의 액수가 천문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두 번째 원칙은 한꺼번에 많은 돈보다는 꾸준한 상승을 바라자는 것입니다. 복권 당첨과 같이  갑자기 큰 금액이 생기는 일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삶을 전체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는 수입 목표를 정하는 첫 번째 원칙과 더불어 실천해야 합니다. 수입의 꾸준한 상승을 바라는 일도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닙니다. 꾸준하게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뤄내는 일이 행복한 인생을 만들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목표 달성에서 돈은 그저 윤활유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인생에서 수입이 상승곡선만 그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때로 수입이 감소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순간에도 행복과 돈은 꼭 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칙은 돈을 사용할 때 물질적인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경험을 사는 데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집, 차, 최신 전자기기 같은 물질적인 것들을 구매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의 편리함과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물질적인 소유는 일시적인 기쁨을 줄 뿐, 장기적으로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은 더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것, 혹은 감동적인 공연이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 같은 경험들은 일시적인 기쁨을 넘어서 삶에 의미를 더하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오히려 회상할수록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물건을 사는 대신 소중한 경험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원칙의 핵심입니다.




결국 돈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한 원칙들을 통해 우리는 돈을 도구로 삼아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돈이 많든 적든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하는가입니다. 끝없는 욕망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와 소중한 경험들을 통해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 16화 돈과 행복(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