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처럼 저도 어렸을 적 매년 설날에 가족들이 같이 모여 세배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조부모님, 부모님과 같은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난 후 무릎 꿇고 앉아서 일장 연설을 듣는 것은 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받는 세뱃돈이 발가락에 난 쥐를 언제나 보상해 주었습니다. 세뱃돈으로 할아버지 집 뒤에 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과자와 라면을 사 먹던 일이 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 저는 6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란 나에게 맛있는 과자, 즉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종이라는 인식이 정확히 있었습니다. 실제로 어린아이는 대략 5-7세 사이에 돈에 대한 이해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합니다. 심지어 3세부터 어렴풋하게 돈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본능적으로 돈이 행복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돈이 행복으로 취환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때로는 맞지만 때로는 완전히 반대로 작용하여 우리를 좌절시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돈이 인간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초에 돈이 만들어진 이유도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를 교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이를 인간의 5대 욕구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매슬로우의 5대 욕구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성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그는 인간의 욕구 중에 생리적 욕구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충족시켜야 다음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리적 욕구가 비교적 우선시 된다는 것은 엥겔 법칙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엥겔 법칙에 의하면 가계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와 같은 필수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집니다.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식주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본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의식주만으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이나 물질에 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여행, 경험 등에 돈을 써서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합니다. 이런 활동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이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기 때문에 돈에 집착합니다. 한 때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상징성을 사고 싶어 했습니다. 이들은 더 비싼 물질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착각합니다. 비싼 옷과 비싼 자동차를 몰면 더 높은 계급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행동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수컷 공작의 꼬리털처럼 이 행위들이 후손을 만드는데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남자의 비율이 높은 도시의 남자들이 카드 빚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남성들이 돈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사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돈으로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를 사는 행동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자주 좌절됩니다.
사람은 통제력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통제력을 상실할 때 불행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돈이 자신의 삶에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은 시간을 통제하도록 도와줍니다. 돈이 부족한 학생 때는 자전거를 타고 직장인이 되면 자동차를 타서 시간을 아낍니다. 어떤 부자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시간을 더 극단적으로 아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을 아끼는 것이 꼭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돈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부족한 결핍을 채움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결핍, 신체적 결핍뿐만 아니라 심리적 결핍에 대한 보상으로 물질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어린 시절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일수록 물질주의가 심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또 이런 사람들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면 물질주의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물질주의만으로는 결핍된 애착을 완전히 채울 수는 없습니다.
돈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쓰이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내포된 의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물질 혹은 경험과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교환의 순간에 뇌에서 도파민이 증가하며 쾌락을 느끼게 됩니다. 증가된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체계를 자극하기도 하며 그 행동을 더 많이 원하게 만듭니다. 이 짧은 순간에 의해 우리는 돈에 대해 많은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마치 돈을 더 많이 사용하면 이 쾌락을 끊임없이 지속되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복권 당첨과 같은 인생 한방 역전을 노립니다. 돈이 많은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기 전에 겪는 인생의 과정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뒤로 미뤄두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관계보다 돈이 주는 행복이 더 크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착각은 아주 어릴 때부터 뇌에 각인됩니다. 그래서 누가 틀렸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쉽게 물질만능주의의 늪에 빠집니다. 다행히 여러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리가 돈에 대해 가진 잘못된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