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음식부심, 며느리는 눈치부심

며느리도 딸도 아닌 그냥 '나'로 남고 싶다면

by aloha


처음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던 그 날, 여자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 앉히기 힘들었다. 어쩌면 결혼 전 친구같던 남편과의 소소한 만남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결혼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여자보다 조금 앞서 결혼을 했던 누군가는 그랬다. 시부모님께 첫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시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거리시더라고요. 어디있다가 이제왔냐고... 반갑다 하시는데 마음이....아니아니, 그 이야기를 지금 떠올리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여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다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여자의 경우가 꼭 그럴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괜히 비교하는 마음만 생길 수도 있으니깐. 첫 인사날 예비 시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꽃다발을 가져오셨어요, 꽃다발에는 '환영한다'라는 메세지가 적혀있었어요. 완전 감동... 여자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 다 이런 이야기들만 떠오르는 걸까? 여자 역시 십여년전에 비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모습을 많이 바뀐 것을 주변에서 몸소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라니.



토요일 오후에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해서 여자는 오전에 예비시댁으로 꽃바구니를 보내드렸다. '꽃'은 첫 인사 선물로 뭐가 좋을지 핸드폰 화면이 뚫어지게 검색을 하고 주변의 의견도 묻고 난 후의 결정이었다. '먼저 시댁으로 보내드린 건' 꽃을 좋아하실지 확신이 없었고, 혹시나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꽃바구니의 무게와 들고 가야하는 번거로움까지도 흠이 될 것 같아서였다. 여자는 사실 생각이 많은 성격이기도 했다. 그럼 가볍게 꽃다발을 들고가지 그랬어? 꽃다발보다 꽃바구니가 오래간다고 해서. 꽃다발 드렸는데 마땅히 꽂을 꽃병이 없으면 또 난감 하시잖아. 그리고 물도 자주 안 갈아 주면 금방 시들어 버리는데 그게 다 내 흠이 될 것 같단 말이야... 여자의 말에 언니는 난생처음보는 희귀한 것이라도 보듯이 여자를 쳐다봤다. 나 지금 떨고있냐... 옛 유행어를 흉내내는 여자에게 말했다. 엄청 쫄아 있는 것 같기는 하네.








시아버지는 토요일인데 퇴근하고 온다고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건내는 무난한 분이셨고, 시어머니는 한눈에 봐도 연세에 비해 갸냘프고 곱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셨다.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 주시거나 인자한 미소를 기대한 여자에게 예비 시어머니는 '새침한' 분위기에 더 가까웠다. **이는 처가에 가서 거하게 한 상 받고 왔다고 자랑을 하던데, 우리도 어디 좋은 식당으로 갈 걸 그랬나. 하시는 말씀에는 내용과는 다르게 예비 처가에 대한 고마움도 동네 식당에 마주앉은 민망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비아냥 거리는 느낌 마저 느껴져서 여자는 무척 당황 스러웠다. 꽃바구니 고마워요. 이 말을 끝으로 시어머니는 여자에 대해 별로 궁금해 하시는 것도 없으셨고, 그들의 결혼 계획에 대해서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은 그저 음식에 대한 못마땅함을 표현하는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딱 한 번 빠른시일 내에 집을 함께 구해서 살다가 결혼식을 하겠다는 말에 결혼식을 하고 같이 살지 그러냐,고 하셨다. 어머님은 거의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으셨고, 그렇게 별 말없이 첫 인사 자리는 끝이났다.



그리고 얼마 후 양가 부모님이 만나게 되었다. 저희 시어머니가 상견례 때 떡을 해가지고 오셨더라구요. 너무 좋아서 빈손으로 올 수 없으셨다면서 내내 '고맙다, 고맙다' 하시는데 저희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분위기가 정말 훈훈했어요. 여자는 또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지우면서도... 다들 나한테 거짓말만 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때 여자의 친정아버지는 여자를 가르키며 쟤는 원래 뭐든 지가 알아서 잘 합니다. 지금까지도 지가 다 알아서 했어요. 허허. 친정아버지가 여자의 상견례 자리에 나와 주신 것만으로 감사 해야 할 지경었다. 도무지 딸자식 결혼에 관심이나 있는 분인지 여자는 궁금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다 알아서 했지요. 그래도 그걸 아시다니 다행이네요. 친정아버지가 대화를 주도했고, 그 대화의 주제는 여자와 여자의 결혼을 벗어난지 오래였다. 여자의 엄마는 내내 입을 다물고 앉아있는 예비 사부인에게 회접시를 살짝 밀어주며 음식을 권하셨다. 사부인도 좀 드세요. 아... 네. 회는 그저 산지에서 바로 먹어야 그나마 좀 먹을 수 있는데, 이건 영 형편 없네요. 아니면 자리도 좁은데 치우라고 할까요? 여자의 엄마는 순간 당황한 듯 말이 없었고, 침묵이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여자의 시어머니는 점원을 부르려고 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어 그 회를 입으로 가져갔다. 날생선을 잘 먹지 못하는 평소 식성을 생각한다면 여자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전히 여자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혼자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 자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결국 그렇게 상견례 자리도 끝이 났다. 여자와 남편의 결혼식과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테이블위로 올려지지 않은 채. 지들끼지 알아서 재미나게 잘 살면 그만이지요... 시어머니는 결국 또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으셨다.



그건 말이야. 뭐라고 딱 꼬집어 말 할 수 는 없어. 일반적인 경우도 있지만 특수한 경우도 있는 거니깐.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음... 예를 들자면 '코빅'을 보는데 말이야? 코빅? 왜 그 코메디 프로그램 있잖아. 아... 재밌다고 손벽치고 집이 떠나가라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웃겨도 그냥 빙긋 웃고 마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내내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던 사람도 나중에는 '코빅'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라고 말한다니깐. 결국 재미를 느껴도 각자 성격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나 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거지. 나는 그래도 사람이 진짜 좋거나, 진짜 재밌으면 결국 다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 된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그렇다고? 그럼 이건 좀 안좋은 싸인인데. 응? 뭐가? 어머님이 내가 마음에 안드시는 것 같애. 뭐야? 그런 얘기였어? 내가 아무리 나 자신을 납득 시켜려고 해도 말이야. 결국 자기도 이렇게 얘기 하잖아.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우리 엄마는 원래 그러셔. 원래 말씀이 별로 없으셔. 뭐야? 그건 방금 자기가 한 이야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건데. 사람이 진짜 좋으면 결국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라며? 아니... 그건... '코빅' 얘기고...



여자의 시어머니는 함께 외식을 가도 숟가락으로 국물을 휙휙 젓고만 계시거거나, 젓가락으로 음식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이 전부엿다. 그리고 곧 음식에 대한 타박이 이어졌다. 신혼초, 여자가 그렇게 음식을 못드시는 시어머니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간해 하기도 하고, 눈치없이 열심히 먹고 있는 자신이 밉상스러워 보일까 얼른 숟가락을 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 시어머니의 '음식부심', '손맛부심'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 것이다. 결혼초에 빨리 눈치채지 못 한 이유는 시어머니의 음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나는 아직도 헷갈리기는 해. 자기가 워낙 아니라고 하고, 나도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 싫은 것도 있어서... 첫인사 때나 상견례 때 음식 타박만 하신 건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기보다 어머님께서 '음식부심, 손맛부심'이 워낙 있으셔서 그런신거다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결국 여자는 시어머니께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시는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신혼초부터 여자의 시어머니가 여자에게 자신의 음식을 먹을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은데에서 시작된 생각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 와서 양가에 인사를 다니는데 친정에서는 한정식집을 예약해 두었다고 하셨다. 평소 한정식집 같은 곳을 가족들이 함께 다닌 기억이 거의 없는 여자가 의아해 하자, 여자의 엄마는 딸을 시집보낸 지인이 추천해 줬다고 하셨다. 첫 인사올 때는 집에서 대접했으니, 이번에는 괜찮은 한정식집에서 대접을 하는게 좋아보일 것이라는 이야기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첫 인사때처럼 몇 날 며칠을 고민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여자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음날은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빈손으로 찾은 친정과는 달리 신혼여행지에서 산 선물꾸러미를 양손에 든채였다. 일정이 짧아서 선물을 살 시간이 많지 않아 일단 시부모님 선물만 사자는 건 여자의 생각이었다. 시댁에서는 작은 상에 그들의 밥이 차려져 있었다. 그것이 시어머니가 처음으로 여자에게 차려준 밥상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며느리가 마음편하게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겠냐만은, 종종거리며 부엌과 식탁을 오가도 여자는 마땅히 나를 음식이 없었다. 국, 김치, 마른반찬, 전 정도가 전부였다. 그 때는 원래 시댁은 간단하게 드시는 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젓가락을 들던 여자에게 시아버지 께서 '이제 며느리밥 얻어 먹어보자' 하며 웃으셨다. 시댁에서 처음으로 첫가락 한 번 들었을 뿐인데 벌써 여자의 차례가 온 것이다. 간단한 식사에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신도 없을 때라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진 명절에도 시댁을 찾았지만 여자는 밥을 먹지는 못했다. 음식은 금방해야 맛있으니깐... 애들이 저녁에 온다고 해서 아직 안했지... 뭐 아무것도 없는데. 시어머니 입에서 나온 '애들'은 남편의 누나들, 즉 형님네 가족이었고 '없다'는 말을 하실 때는 민망하신 듯 약간 천정을 바라보기는 하셨지만 여자가 의아해 할 정도로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만는 확고해 보였다.



여자는 결혼전에는 명절 당일을 빼고는 연휴에도 일을 했었다. 예전과 다르게 명절이 연휴와 같은 느낌이 되어서 일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살게 된 후에도 시간은 좀 줄이더라도 명절에도 일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할까 미리 의논해 두었다. 제사도 없고 누나들도 자주 친정에 오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이 남편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여자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여자의 실수였다. 아마도 며느리를 맞은 첫 명절인데 당일이 되어서야 얼굴을 내미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밥한숟가락도 주기 싫으셨던 것 같다. 반반결혼은 너희들끼리나 하는 얘기고, 명절에는 며느리도리는 해야지 하는 하는 생각이셨던 걸까.



그 때 남편이 이제 친정에 가야 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랭한 공기만 흐르는 시댁에서 여자는 별수없이 남편을 따라 스르륵 일어났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명절이 되어도 아이가 있는 형님들은 친정에 올 수가 없었다. 가까이 계시는 형님만 혼자 친정에 오셔서 음식을 챙겨가던 날 이었다. 그 때, 여자는 큰 반찬통이 탑처럼 높게 샇여 있다가 가방에 담겨져 형님손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반찬통마다 각종 전, 튀김이며 불고기 잡채, 나물 등 명절음식과 밑반찬들이 가득했다. 여전히 당일에만 시댁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여자는 첫 명절 이후에도 여전히 밥을 먹지 못하거나, 친정에 갔다가 형님들이 오시는 저녁에 밥을 먹으러 다시오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시어머니가 명절음식이 담긴 반찬통 하나를 여자의 손에 쥐어 주신 적은 당연히 없었다. 여자는 그 때 깨달았다.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반반결혼 타령이나 하며 '결혼의 예'를 다하지 않는 여자가 며느리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라고. 그래서 시어머니는 분신과도 같은 당신의 음식을 여자에게는 절대 내어 주고싶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은 그걸 반반결혼이라고 부르던데, 들어본 적 있어? 양념반 후라이드반이냐? 치킨도 아니고 반반결혼은 또 무슨소리야? 그 때는 결혼하면 당연히 시댁에서 많이 도와주는 분위기였잖아.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내눈에 시댁은 아들을 도와줄 여유가 전혀 없어 보이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딱 우리둘이 힘을 합쳐서 형편에 맞게 살기로 한거지. 착하네. 부모님 등꼴 빠지게 안하고. 나는 우리 시부모님도 그렇게 생각 하실 줄 알았어. 근데... 근데? 그게 뭐랄까? 좀 섭섭하셨나봐. 아무것도 안 주신건 생각안하시고 못 받은건 만 섭섭해 하신다. 그 말이야? 시어머니, 며느리 라면 으례 고정된 역할이 있잖아. 아, 그럼 지금 시어머니께서 예의 그 시어머니 역할에만 너무 몰입해 계시는구나. 니가 바보지 뭐. 다른 사람은 뭐 몰라서 그 복잡하고 쓸잘데기없는 절차 다 챙겨서 결혼 하는 줄 알아? 원래 받을거 다 받고, 너도 도리 열심히 해야 사는 게 편한거야. 너는 아무것도 받은 거 없는 데 며느리 도리 할 필요 있겠냐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반찬하나 안 주실만큼 나한테 마음을 안여시면서 며느리 도리는 바라시는 게 섭섭하다는 거지. 물질적인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섭섭하단 말이야. 백날 너는 남편이랑 똑같이 힘 합쳐서 산다고 해봐라. 잘했다. 고생한다 하시는지.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런 거랑 다 상관 없어. 며느리는 그냥 며느리인거야. 오히려 시어른들 무시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 도리는 다 해야 한다고 생각 하신단 말이야. 그래서 너는 싸가지 없는 며느리인거고. 당연히 밥도 주기 싫다 하시지. 그래서 못 얻어먹었다고 얘기 하잖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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