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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oha Mar 14. 2022

런던 꽃 산책, 런던에서 꽃사러 가자

런던 꽃시장 구경하기

Newcovent garden flower market 

Wholesale Market for Fruit, Veg and Flowers | New Covent Garden Market

London, SW8 5BH



어스름한 새벽길을 나서야 하는 것은 꽃을 다루는 직업의 숙명같은 것이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3층에 있는 꽃도매 시장은 자정에 문을 연다. 꽃시장의 문을 밀고 들어가기 전, 잠깐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수만송이 꽃들이 만들어 내는 향기다. 그 향기에 이미 나는 멀리서 부터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꽃시장의 문을 힘껏 밀고 들어서면 그곳은 자정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활기가 넘쳐흐른다. 

새벽 5시, 런던의 텅빈 거리를 나는 빠르게 걸었다. 꽃시장은 지도상에는 숙소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낯선 도시의 새벽은 자꾸만 나를 헤메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코를 벌름 거리고 있었다. 그 강렬하고도 익숙한 향을 나는 차분하게 내려앉은 새벽 공기 속에서도 가려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 런던 중심가의 유명한 관광지 코벤트 가든_Covent Garden에 있던 플라워 마켓_Flower Market이 1970년 대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뉴코밴트가든 플라워마켓_Newcovent garden flower market이 되었다. 런던에서는 마트나 식료품점을 비롯해 시장이나 작은 동네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도 꽃이나 초화류를 쉽게 살 수 있다. 아주 싱싱하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시장이나 마켓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장바구니 속 ‘파’만큼 이나 무심하게 꽂혀 있는 ‘꽃다발’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장을 보러가서도 내내 꽃매대를 떠나지 못하는 나를 발견 하게 되었다.




이렇듯 어디에서나 꽃을 구입 할 수 있는 런던에서 꽃 도매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다.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운영되는 꽃도매시장은 말그대로 철저하게 꽃소매상들(플로리스트 등)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부에서 판매되는 꽃보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꽃이니 좀 더 다양하고 품질이 우수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그 자체로 커다란 꽃냉장고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단독건물인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넓은 공간안에 싱싱하고 품질 좋은 꽃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공간이 넓어서인지 새벽시간에도 많이 혼잡하지 않았고, 전쟁을 치르는 흘러가는 꽃시장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차분하게 꽃을둘러 볼 수 있는 그곳이 신기하게 보이기 까지 했다. 영국에서도 품질 좋은 꽃이 생산되고 있지만, 네덜란드 같은 회훼강국이 가까이 있으니 꽃은 더 싱싱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영국 내에서는 물론 네덜란드에서 오는 꽃들도 유통과정 내내 물에 꽃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신선도 유지나 꽃을 쌓아서 운반할 때 생길 수 있는 흠집도 최소화 할 수 있다. 꽃은 플로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다. 그래서 품질 좋고 다양한 재료들이 체계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인 것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꽃꽃이는 재료가 풍성하지 못할 때는 형식이나 기술적인 면이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테크닉적 꽃꽂이로 시작해서 아직도 수치와 형태에 집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영국식 꽃꽂이가 유행을 선도 하면서 지금은 정원에서 꽃을 막 따낸것 같은 내추럴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꽃으로 정형화된 기하학적인 형태를 만들기 보다 불규칙하게 꽂으면서도 전체적인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꽃꽂이가 점점 정원을 닮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꽃'그 자체다. 아름답고 다양한 종류의 꽃을 찾아 전 세계를 헤메고 다닌 추적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Columbia road flower market 

London E2 7RG England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꽃시장’의 이미지에는 뉴코벤트가든 플라워마켓보다 단연 콜롬비아로드 플라워마켓_Columbia road flower market이 더 걸맞는다. 이스트 런던, 해크니_Hakney 지역에서 매주일요일 오전8시부터 오후3시 까지 열리는 이 꽃시장은 꽃과 화분을 비롯해 다양한 가드닝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차들이 다니는 평범한 거리가 꽃으로 가득채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시장 끝에 자리를 잡은 거리의 악사들이 멋진 배경음악 까지 더하자 나는 좀처럼 현실세계로 돌아오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늦잠도 마다하고 꽃시장으로 달려갔다. 처음 런던에 갔던 해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지도를 들고 일일이 길을 찾아 다녀야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게 마련이다. 10년도 더된 그 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도 한편으로는 스마트 폰과 구글맵이 없었던 그 시간들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꽃시장 이름 속의 ‘콜롬비아로드’는 좀처럼 찾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확해해 나갈 수 있는 화면이 아닌 지도를 들고는 미로같은 골목길을 찾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시절은 언제나 그 나름대로의 미덕이 있기 마련이다. 지도를 들고 제자리만 뱅글뱅글 돌고 있으면 어디를 찾고 있냐는 다정한 목소리가  어느샌가 옆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사실 꽃시장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손에 종이에 말린 꽃다발이 들려져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거나 화분을 장바구니에 담아 어깨에 둘러매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 곧 거리를 가득 채운 꽃이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을 꽃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니, 이 보다 더 행복한 약속이 있을 까. 콜롬비아로드플라워 마켓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그곳은 한가로운 런더너들의 휴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에 결국 나는 이리저리 떠밀려다녀야 했다. 그래도 그렇게 아름다운 곳을 나는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꽃과 식물처럼 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알려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 거리를 채우는 꽃도, 분위기도 달라진다. 봄에는 튤립이나 히야신스 같은 구근식물들이 발길을 붙잡는다면 5월부터는 탐스러운 작약꽃 향이 공기중에 가득 실려있다. 파스텔의 거리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결 짙어지고 쓸쓸한 분위기 내다가 어느순간 축제같은 크리스마스로 변신하는 것이다. 50년이 넘게 일요일마다 이 자리를 지켜오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으니 그것은 살아움직이는 정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들의 화훼농장에서 직접재배한 꽃을 들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가득했다.


 



파장 시간이 다가오면 꽃을 들고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테나’ ‘파이바’ 라는 외침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들으니 ten found, five found 라는 말로 이제부터 '떨이'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구경하느라 넋을 쏙 빼고 있던 나에게는 뜻을 알수 없는 그 소리가 꽃을 빨리 사라고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우리는 가끔 가던 길을 멈추고 꽃을 사야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 멈춰 꽃향기라도 맡을 수 있기를...


If you have two pennise

Spend one on a loaf and one of a flower

The bread will give you life

And the flower a reason for living 

[Chinese proverb]


중국 속담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글귀를 런던에서 참 많이 보았다. 빵은 몸의 양식이지만 꽃은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이유라는 이 말은 영국인들이 꽃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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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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