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모순 아닌 것이 있을까?
'1998년 초판 1쇄, 2002년 116쇄'
최근 베스트셀러로 역주행 중인 양귀자 님의 책 <모순>을 도서관에서 빌려 다 읽고 책장을 덮기 전, 출판이력을 보고 흠칫 놀랐다. 출간한 지 4년 만에 166쇄라니, 2024년 현재 지구에 이 책이 대체 몇 권이나 있을까 궁금해진다.
엄마와 엄마의 쌍둥이 이모의 인생,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남자의 이야기
모순(矛盾)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두고 하는 말로, 논리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를 말한다. 내 엄마는 아빠랑 못살겠다는 말을 평생 밥 먹은 횟수만큼 했지만 여전히 한 집에 살고, 나는 라면이 지독하게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 절대 끊지 못한다. 헤아릴 수 없는 모순이 내 삶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삶 자체가 모순 아닌가. 소설 속 화자는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삶의 모순을 통과하며 두 명의 서로 다른 남자 중 한 명을 택한다.
예상치 못한 소설의 결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데, 책의 말미 '작가의 말'에 작가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작가의 바람대로, 누구라도 (별 내용 없는 독후감인) 내 글을 읽고 <모순>을 읽게 된다면, 아무 편견도 없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읽어 줬으면 좋겠다. 다만 책을 완독한 사람과 감상을 나누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한 나는, 마침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된 내 옆자리 직원에게 이 책을 읽어 달라 애걸했다. 특별하게 읽힐 것이 분명했으므로. 그녀가 책을 다 읽으면 누구도 듣지 못하게 단 둘이서 감상평을 나누기로 했다. 그때 독후 감상을 빌려 내 마음 속 모순들을 잘 헹궈내야 겠다.
책의 내용을 들키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감상평은 이렇다.
어차피 인생자체가 모순이라는 걸 담담히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모순을 끌어안고 산다 한들 어쩌랴. 한 번 피식 웃어넘기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