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재발의 가장 큰 원인

by 푸린


2018년부터 나는 조울증과 함께 살아왔다. 싸우기도 했고, 받아들이기도 했고, 잠시나마 잊으려 애쓴 적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두 번의 큰 재발을 겪었다. 이 이야기를 도대체 왜 꺼내려는 걸까. 아마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울증이 왜 재발하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재발의 원인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나는 내 안에서 그 원인을 찾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사실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어디서나 듣는 이야기일 테지만, 결국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동시에 너무 가볍게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사례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바로 그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사람이니까.




첫 번째, 몸이 보내온 경고


조울증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거의 매일 운동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걷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새벽 6시에 필라테스를 했다. 점심은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저녁은 거르는 날도 많았다. 살은 자연스럽게 빠졌고, 그중 20kg은 놀라울 만큼 수월하게 감량됐다. 조울증으로 찐 30kg 중 대부분이 빠져나가자 삶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운동과 건강의 선순환, 기분 좋은 진전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해이함은 늘 조용히 찾아온다. 운동뿐만 아니라 뮤지컬 공연, 사람들과의 만남, 잦은 술자리 등으로 삶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시 살이 붙었다. 몸이 무거워지자 움직임은 줄었고, 운동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입을 수 있는 옷이 줄어들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났지만, 현실의 즐거움 앞에서 애써 외면했다.


운동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있었고, 애썼지만.. 문제는 체중이 1년에 20kg씩 요동친다는 데 있었다. 그 탓에 허리에 무리가 왔고, 4년 동안 버티던 허리디스크가 결국 폭발했다. 서 있기도, 앉기도, 눕기도 힘든 극심한 통증이 나를 덮쳤고, 척추주사*조차 듣지 않았다.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진통 주사

photo-1638604813811-6f3c53deff9c?fm=jpg&q=60&w=3000&ixlib=rb-4.1.0&ixid=M3wxMjA3fDB8MHxzZWFyY2h8MzR8fCVFQSVCMyVBMCVFRCU4NiVCNXxlbnwwfHwwfHx8MA%3D%3D




침대 위에서의 삶



2주 넘는 입원과 매일 투여되는 진통제에도 스스로 화장실을 가기조차 어려운 상태가 이어졌다. 잠시 서 있으려다 수액 바늘이 빠지며 피가 튄 날, 나는 절망 속에서 샤워할 힘조차 없는 스스로를 마주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간병인을 둘 수 없는 병동.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척추질환자에겐 지옥 같은 공간이었다.


그래도 초반에는 움직이지 않는 병원 생활이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온전히 주어진 쉴 시간. 정주행 할 드라마를 친구들한테 묻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끝없이 멍 때리기도 했다. 지금은 누워있지만 1~2주 후면 허리가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착각은 곧 사라졌다. 2주가 지나도 차도가 없었고,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나는 여전히 일어날 수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 절박한 마음으로 '신경성형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디스크 자체를 제거하지 않는 대신, 튀어나온 부위의 염증을 줄여보는 시술을 말이다.(아픈 부위에 직접 진통제를 투여하는 방식)


하지만 시술 후에도, 퇴원을 한 후에도 두 달 동안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온종일 누워 있는 동안 근육은 빠졌고, 소화기능은 무너졌으며,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변비와 탈수에 시달렸다. 지팡이 없이는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이렇게 희망 없이 누워있는 시간이 1년 가까이 지속됐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따라 무너진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병든다. 1년의 질병 휴직을 냈지만 제대로 쉬는 기분은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이대로 평생 누워 지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이 나를 조여왔다. 직업을 바꾸어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삶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답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그런데도 나는 버텨보려 했다. 식단을 줄이고, 단식도 했다. 한 달 동안 무리하게 굶으며 7kg을 감량했지만, 이내 이상 증세가 찾아왔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결국 저혈당 쇼크로 쓰러졌다. 이석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날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사는 건가?"


택시 기사님이 조용히 말하던 "장애인 등록을 알아보세요"라는 말이 진심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하나의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며들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마음의 무게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굴러갈 때, 우리는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가. 일상의 통제권이 모두 사라졌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심리 상담을 이어가던 중, 담당자는 즉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조울증 재발 증상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시 병원에 가는 건 쉽지 않았다. 스스로 재발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단순한 한 걸음이, 그렇게도 무거웠다. 결국 정신과에 다시 발을 들인 건 두 달 뒤였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이고, 때로는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이 과정을 기억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그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나를 망가뜨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예방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이 나처럼 아팠던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꺼내 본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도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이전 01화프롤로그 :: 조울증을 완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