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지긋지긋한 약도 매일 챙겨 먹지 않아도 된다. 기쁘면 기쁘다고 걱정, 슬프면 슬프다고 걱정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 이제 조증도 울증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을 때는 과연 어떤 감정이 들까?
나의 첫 감정은 이랬다.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솔직히 조울증이 나았다는 의사 앞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오늘도 너무 힘겹다며 말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도,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도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였다. 근데 나는 다 나았단다. 이제는 약도 필요 없다고 한다. 정말 내가 원했던 순간인데 말이다. 이상하게 서운했다.
"선생님,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힘들면 언제든지 다시 와, 나는 여기 있으니까"
지금 되돌아보면 그날이 더 슬펐던 이유는 '힘들 때'만 찾을 수 있는 분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포 형성이 잘되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정말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나의 감정의 폭을 잘 조절해 나갈 수 있을까? 여전히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은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건 이제는 나의 의지의 문제일 터.
병원 앞을 나와 화단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하늘을 천천히, 느리게 쳐다봤다. 혼란이 가득한 그 순간을 가만히 앉아 정리하고 나니 처음 마음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병원을 들어가기 전과 후의 마음이 너무 많이 달랐다.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기분.
이제 진짜 나는 조울증을 죽여버렸다. 완치된 것이다. 조울증은 완치가 없다던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