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 안소명, 기억해 줘: 영화 ‘코코’ 삽입곡
몇 해 전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멕시코 고유의 명절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3일 동안 이어지는 명절 기간 동안 제사상에 세상을 떠난 조상이나 가족들의 사진을 놓고 제사상을 꾸미며 그들을 추모한다. 이 명절 기간 동안 멕시코 마을에 사는 미겔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었다. 미겔의 집안은 과거에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아내와 딸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면서 음악을 금지하지만 미겔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를 보며 영감을 얻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는다. 그러던 중 그 가수가 오래전 집을 떠난 고조할아버지라는 단서를 얻게 되고 그를 따라 하려다 우연히 죽은 자의 땅에 들어가게 된다. 죽은 자의 땅에 들어간 미겔은 죽은 가족의 영혼을 보게 되고, 죽은 자의 땅에서 돌아다닐 수 있게 된 미겔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를 찾기로 결정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망자의 날이 되면 망자들은 죽은 자의 땅에서 산 자의 땅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동할 수 있는 망자의 조건 있다. 조건은 후손이나 누군가가 자신의 사진을 제사상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제사상에 사진이 올려졌다는 것은 그들이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그 증명이 있는 망자들만이 산 자의 땅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죽은 자의 땅에 간 미겔은 산 자의 땅으로 억지로 가려고 하는 헥토르라는 망자를 만나게 되는데, 미겔은 자신이 찾는 고조할아버지와 헥토르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헥토르에게 그를 만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고 헥토르는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미겔에게 자신의 사진을 갖고 산 자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부탁한다. 그 둘에게 이렇고 저런 일들이 벌어지는 찰나에 헥토르와 미겔은 잊힌 망자들이 머무르는 동네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차론이라는 늙은 망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통해 미겔은 이승에서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때 망자의 세계에서도 소멸해 버리는 ‘마지막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깊게 기억에 남은 부분이다. 늙은 망자 치차론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가 입고 있던 옷만 덩그러니 남아버리는 장면.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노래는 마치 이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망자들의 마음이 담긴 것 같은 노래다. (사실 영화를 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이지만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자연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떠나간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학생 시절 부모님의 사이가 너무도 좋지 않았을 때 그 모습을 보기 싫어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떠나면 나의 부모님이 그런 나를 기억하며 잘 지내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만큼 버거웠기 때문에 그랬다. 그리고 작년 우울의 바다에 빠졌을 때도 내가 떠나면 내 죽음의 원인이 된 모든 사람들이 후회하고 미안해할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 뒤로 이어진 생각이 있었다. 그들이 그럴지 아닐지는 모르나 그런다고 생각했을 때 그건 그 순간일 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따라왔다. 그러고는 그들에게서 나는 잊힐 것이다. 오히려 나를 기억해 주는 이들은 내게 사랑을 주고, 힘을 주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죽어서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가족과 나의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떠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잊고 있었던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 찾았다. 잊히는 것도 싫지만 아프게 기억하는 것이 더욱 싫었다.
기억해 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 줘
제발 혼자 울지 마
몸은 저 멀리 있어도 내 맘은 네 곁에
매일 밤마다 와서 조용히 노래해 줄게
기억해 줘
내가 어디에 있든
기억해 줘
슬픈 기타 소리 따라
우린 함께한다는 걸 언제까지나
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 줘
- 기억해 줘: 영화 ‘코코’ 삽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