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지나간다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까’라는 가사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공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부모님의 사이가 더는 좋아질 수 없다고 느껴졌을 때, 아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좋아하던 사람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 생각처럼 나의 일을 할 수 없었을 때였다. 이 모든 시기가 한 번에 몰려왔다. 하나의 상처가 미처 낫지 않고, 잊히지 않았는데 그다음, 다음의 사건들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사건, 사고가 이것뿐만이 아니겠지만 이렇게 한 번에 몰려와도 되는 것일까 믿지 않는 신까지 찾으며 원망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는데 그 영화처럼 나의 세상도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있지도 않은 존재를 찾으려고 했었다. 그만큼 내게 그 몇 년의 시기는 의연해진 지금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나는 학생시절부터 힘이 들고, 우울해질 때면 밝은 노래보다는 차분한 발라드를 찾아들었다. 밝은 노래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오히려 듣고 있으면 내 상태와 너무 정반대라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내 생각, 마음과 비슷한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찾아들었는데 그것이 발라드이거나 몇 곡의 힙합이었다. 그리고 그 취향은 성인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다 어느 가수가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말해준 이 노래를 알게 되고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반복해서 들었다. 지금은 아파도 언젠가는 끝이 날 거라고 믿는다는 이 노래는 내가 유난히도 힘이 들었던 시절 스스로에게 ‘분명 끝은 있어’라고 말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해놓고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동안 힘들어했지만 말이다.
내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끝이 나는 시기를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병이 깊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그 끝나는 시기를 몰라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생각하지 못한 관계에서 오는 아픔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무력감도 언제 끝이 나는지 알 수 없다. 회사를 쉽게 그만둘 수 없고, 관계도 끝을 내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고, 무력감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을 누군가 ‘어, 그거 한 1년 고생하면 끝나.’라고 말해준다면 ‘1년만 버텨보자’라고 생각하고 버틸 텐데 말이다. 실제로 나의 아픔 중 어느 기간이 되면 어느 정도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힘듦의 강도가 높아도 이를 악물고서라도 버티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러고 나니 ‘언젠가는 끝이 난다, 지나간다.’라는 말이 정말이라고 더욱 믿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그 믿음이 없인 버틸 수 없어
그 희망이 없었으면 난 벌써
쓰러졌을 거야 무너졌을 거야
그 희망 하나로 난 버틴거야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이 이별의 끝을
-김범수, 지나간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