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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Dec 28. 2024

16. 잘 가라, 나를 떠나는 모든 것들아.

-최백호, 나를 떠나가는 것들


 다시 찾아온 연말에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요즘이다나이에 대한 생각과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을 한 번씩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연말인 것 같다. 30대에 들어와서 나는 내 나이를 가끔 헷갈리고 있다. 30대 된 지 몇 해 되지 않았는데 내가 이 나이가 된 것이 이상하게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 해가 끝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잘 보내줘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잘 보내줘야 잘 맞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몇 해 전까지 나는 한 해가 끝나갈 때 즈음에 내게 편지를 쓰고는 했다그게 마치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그 일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낱낱이 적었다나중에 내가 읽고 다시 기억날 수 있게끔 말이다그러면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빼먹지 않았다. ‘고생했다’, ‘잘했다라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을 꼭 했다그런 말은 언제 들어도 부족하니 말이다그렇게 글을 쓰면서 어느 해는 울었고어느 해는 웃었고어느 해는 덤덤했다그게 내가 몇 해 전까지 나의 1년을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무언가 나를 떠나는 이별은 영 익숙하지 않다마치 매년 돌아오는 연말이 믿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글을 쓰는 이 시점이 또 한 번의 이별은 겪은 후라 아마 더욱 싱숭생숭한 마음인 것 같다

우리는 무엇에든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하지만 잘 아는 것과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라서 나는 그 헤어짐이 매번 아프다다만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해 겪은 이별은 나의 잘못이 큰 것 같아서 내 탓을 하느라 나를 구석으로 몰았다면 어느 해 겪은 이별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고또 어느 해 겪은 이별에서는 내가 느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별을 겪으면서 하는 생각과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별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나는 예전보다 편안해진 것 같다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지도 않고나의 슬픔이나 허전함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그럼에도 내가 지난날 생각했던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에 느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그 이별을 떠나보내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어느 이별에서든 해야 하는 과정 중 하나그렇게 이별을 잘하고 나면 새로운 만남이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아픈 사랑이 끝나도

나는 또 누굴 사랑하겠지

그러니 잘 가라 인사 같은 건

해야겠지 무섭고 또 아파도

매일이 이별의 연습이지만

여전히 난 익숙해지지 않아

그러니 잘 가라 인사 같은 건

해줘야지 너에게 또 나에게

배웅은 또 다른 마중일 테니

해야겠지 너에게 또 나에게

-최백호나를 떠나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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