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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Dec 21. 2024

15. 한 걸음씩 나아가.

-이충주, 내가 부르는 노래



 지금 이 글을 보는 그대는 과정과 결과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어릴 적부터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내가 맞게 되는 모든 사건사고들을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내가 노력을 하지 않고열정을 붓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겪게 되는 결과들이 그 정도로 멈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시험 결과나 어떤 일의 성과가 원하는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이 내가 노력한 정도일 것이라고 받아들이곤 했다그리고 실제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정도하고 싶은 정도로 나를 쏟아부었기에 후회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라는 것이 내가 스물 초중반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물 중반이 한참 익어갈 무렵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일도 인간관계도 내가 노력한 만큼내가 마음을 쓴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이다새로 시작한 카페 일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사람들의 눈치를 잘 보는 나는 이걸 해도 되나저걸 해도 되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좀처럼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처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실수를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하면 되는데 나는 실수를 하면 바로 머리도 몸도 멈춰버렸다그렇게 실수를 하고 나면 나는 스스로를 정말 용서할 수 없었다그래서 스스로에게 모진 말도 많이 했다아마 카페 일이 적응되기 전까지가 스스로에게 모진 말을 제일 많이 한 때가 아닐까 싶다     


 관계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특히 내가 그동안 마음을 많이 쓴 가족 관계가 나아질 기미는커녕 더욱 나빠지는 상황에 나는 점점 지쳤고내가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그 과정에서 나는 가족 모두를 미워했고가족을 미워하는 나를 미워했다당시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조금씩조금씩 먼저 달라져보는 것이었다상대에게 변화를 바라고만 있지 말고스스로 먼저 달라져보고 상대가 달라졌다가 다시 되돌아가도 기다려보는 것그것에 내가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이었다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그 결과 가족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상처를 안게 되었다     


 일에서도관계에서도 마음을 쓴 만큼 나아지지 않자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 생각은 나를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들었고 자꾸 과거로더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내가 커피를 하겠다고 한 것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부모님의 사이를 방관한 것어머니의 하소연을 위로라 생각하고 듣기만 한 것 등등과거 나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후회했다그렇게 후회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가 태어난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날들을 보내며 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이 보는 것은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래서 나는 나의 속도대로 가는 대신 조금 더 길게 가보기로 했다내가 생각하는 나의 노력의 끝을 좀 더 먼 곳에 두었다. ‘조금 더조금 더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걸음에 갈 수 없어도

한걸음씩 갈 수는 있으니

한걸음에 갈 수 없어도

한걸음씩 갈 수는 있으니

사랑한다 널 사랑한다

괜찮다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이충주내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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