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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an 04. 2025

17. 작은 희망을 만나기 위해

-원필, 행운을 빌어 줘 


 ‘몇 번의 절망이라도 이겨낼 수 있어, 혼자가 아니니까.’     


 내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우울감을 벗어나기 시작할 때 들었던 생각이다학생시절부터 갖고 있던 우울감이 심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스물 중반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부모님의 사이가 더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지고글을 쓰고 커피를 하겠다고 도서관을 나와 제대로 된 직장도 다니지 않으면서 나는 나의 선택에 계속 의문이 들었다그 후 카페를 옮기며 아르바이트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내게 항상 머무르고 있던 우울감은 처음 커피를 시작할 때 가졌던 호기로움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내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게 만들었다더는 나갈 수 없게 발목을 잡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일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같은 프랜차이즈로 이직을 생각했고친했던 친구는 다른 프랜차이즈라도 연봉이 높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걱정했던 것은 어딜 가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능력을 내보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에 몇 번이고 크게 데어본 나는 다시 적응하는 그 시간을 내가 잘 보낼 수 있느냐가 큰 걱정 중 하나였다그러면서 ‘있는데서나 잘하자라며 스스로를 몇 달이고 머무르게 만들었다그렇게 몇 달이고 머무르다가 결국에는 우울감이 극도로 심해졌고나는 결국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들이 병원을 왕래하고약을 먹으면서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했다생각은 많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뒤죽박죽이었던 머릿속이 어느 날부터인가 정리가 되기 시작했고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었던 것을 찾기 시작했고내가 해야 하는 것들할 수 있는 것들할 수 없는 것들을 점점 명확하게 구분해 나가기 시작했다그렇게 구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달라진 것은 내가 누군가의 눈치를 덜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이전에는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내가 하기 힘든 것을 하려고 애를 썼다면 눈치를 보고 알기는 하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만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그러니 스스로에게 주는 부담감이 줄어들었고실수가 줄어드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늘기 시작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나의 모든 날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그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나의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내가 할 수 있는 선을 명확히 하려고 했고거기까지는 최선을 다했다그동안에도 나는 스스로를 몇 번이고 다독거렸다. ‘할 수 있다잘하고 있다무리하지 말자.’라고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보다 더는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았고 한 편으로는 몇 번이고 이런 문제들이또는 더 심한 문제들이 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너질 수는 없으니까 버터 보자고 생각했다그리고 실제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이전과 다르게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는 학생시절부터 갖고 있던 질문이었다우울감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힘든데 왜 살아.’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다누군가 내가 평생 겪어야 하는 고통과 절망을 한 번에 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이쯤이면 작은 희망 하나는 줘도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렇게 나는 쉽게 어디로든 나아가지 못했다내가 발을 딛는 그곳에 어떤 절망이 있을지 몰라서 겁을 먹었기 때문에하지만 이제는 겁도 나고 걱정도 되지만 나아가려고 한다나아가지 않으면 내가 가는 그 길에 있는 작은 희망도 만날 수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원필행운을 빌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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