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다른 것

by DAON 다온

예민하다 [형용사]

무언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사소한 것에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고

그 감정을 말할 때마다

'너는 너무 예민해, 별 일도 아닌 일에 왜 짜증이야.'

그때는 그게 잘못된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 감정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부정했다.


'그래, 내가 이상한 거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상한 것도, 다른 사람이 맞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른 거였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놓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냥 모든 것이 달라서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중학생 때 나는 '짜증 나'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어머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면서 특히 그랬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넌 너무 예민해.',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짜증이야.'라고 답하셨다. 그러면 나는 짜증이 나서 말하는 건데 그걸 인정해주지 않은다면 화를 내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너무 예민하게 짜증을 많이 내면 내가 힘들고, 그것이 걱정되어서 그런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나는 혼자 '그래, 엄마는 날 걱정했겠지, 내가 정말 예민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그렇게 짜증이 많고, 예민한 것이 그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 무렵부터였다. 내가 어머니에게 나의 감정을 제대로 말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어쩌다 짜증이 났었다며 있었던 일을 말하면 어머니는 '너무 짜증 내지 마, 너한테 안 좋아.'라고 답했다. 그럴 때면 나의 감정이 헛된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어머니는 항상 '널 위해서 그래.'라고 말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나의 이야기를 걸러가면서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반응은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예민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건 내가 내 감정을 인정하면서부터였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 '화나네, 짜증이 나는데.'라고 인정하고 '그래, 그냥 나랑 다른 사람이까.'라고 생각하며 그 상황이나 상대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그럴 수 있다는 것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할 수 있게 되니 오히려 전보다 덜 예민한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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