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주 Sep 10. 2023

49제

휘적휘적 걸어가는 형부의 뒷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본다.

셋이서 소주 6병을 마신지라, 좀 쉬었다가 천천히 가시라고 아무리 잡아도 그저 걷고 싶다고 나서는 형부를 따라서 나도 어쩔 도리가 없이 따라 나섰다.


"내 집에 가야지. 내 집에는 진이가 있으니까." 

혼잣말처럼 되뇌이며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더 이상은 잡을 수가 없는 거리와 감정의 선 앞에서 형부와 주먹인사를 한다.

"걷다 지치면 무조건 택시를 잡아 타요. 집에 도착하면 나든 오빠한테든 누구한테라연락주고요." 

나의 외침에 뒤도 돌아보지않고 오른쪽 손을 치켜들어 보이고 형부는 휘적휘적 걸어간다.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서 큰 길 쪽으로 멀어지는 형부의 뒷 모습을 쳐다보다 눈물이 왈칵 난다.

눈물을 훔치며 돌아와 설거지거리를 들여다보다 다시 흐느낀다.

먼저 떠나간 언니보다 남겨진 우리들이 더 가엷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본다. 이 좋은 세상을 먼저 떠나간 언니가 한없이 안타깝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형부의 뒷 모습이 가여워서 계속 눈물이 난다.

이 공허한 빈자리를 무슨 수로 메울 수가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뚝방길 아래 우리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