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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로요리하는남자 Aug 23. 2021

레어 스테이크를 먹어도 되는 이유.

박테리아와 기생충.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나는 웰던이 좋아."


단순히 취향의 문제라면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저 본능에서 오는 두려움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생고기를 두려워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 같다. 그 이유가 유전자에 저장된 기록 때문일 수도 있고, 어릴적 부터 교육받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보호 본능은 참 재미있게도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리거나, 동조되기도 한다. 


레어 스테이크는 절대 안 먹으면서, 육회비빔밥은 맛있게 먹는다니...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우리가 육류로부터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 종류가 있다. 바로 박테리아와 기생충이다.

어떤 박테리아인지 어떤 기생충인지 굳이 알지 못해도 된다. 다만 그것들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특성을 지니고있는지 확인한다면 우리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박테리아

이 녀석들은 생각보다 죄가 없다. 박테리아는 생고기보다 우리 손에, 얼굴에, 입속에 훨씬 더 많이 있다. 통상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신체가 박테리아로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고기를 우리 입속의 박테리아로 더럽힌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그들에겐 별 죄가 없다.

하지만, 죄가 있는 박테리아가 있다. 바로 병원성 박테리아다.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황색포도상구균, 비브리오, 대장균류 등 우리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릴 만큼의 양을 섭취하게 되면 '병'이 생기는 녀석들을 병원성 박테리아라고 칭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아주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박테리아의 활동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다는 점이다. 박테리아는 미시적 영역에 있는 존재로서 마치 2차원의 삶을 사는 것 같은 녀석들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들은 육류의 표면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고기를 관통할 수 없다.


애초에 고기는 무균상태이다. 우리의 근육도 모두 무균상태이다. 만약 박테리아가 피부를 뚫고 근육 내부로 침범할 수 있다면, 우리의 근육은 모두 '부패'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박테리아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고작 70도의 온도에서 몇 초 만에 변형된다. 그것이 생물이었다면 변형되는 순간 생물의 기능을 잃고 단순한 단백질이 된다. 결국 온전한 상태의 고기라면, 겉 부분을 살짝 구워내는 것만으로 모든 박테리아로부터 안전해진다. 이제부터 안전은 확보되었고, 내부온도를 기호에 맞게 올려서 먹으면 될 뿐이다.


기생충

또 다른 두려움은 바로 기생충이다. 이 녀석들은 고기를 헤집고 다니며 중심부에 위치했을 수도 있고, 고기를 관통하며 표면의 박테리아를 내부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매우 위험하며, 고기를 웰던으로 익혀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축산물 시스템에서 기생충은 거의 사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냉동육에서는 기생충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다. (끄앙 다 얼어쥬금) 실제로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통해서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부분의 소와 돼지가 곡물이나 사료를 먹기 때문에, 기생충에 감염되는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 야생의 멧돼지를 잡아서 먹는 것이 아니라면, 기생충에 대해 딱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관련기사 첨부: http://daily.hankooki.com/lpage/society/201408/dh20140807155459137780.htm


우리가 서양사람들의 붉은 스테이크를 낯설게 여기듯, 서양 사람들은 생선회 문화를 낯설게 여긴다.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선회가 훨씬 더 위험하다. 스테이크는 표면을 가열해 박테리아를 모두 사멸시키지만, 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산 회는 기생충 측면에서도 육류보다 위험하다. 그로 인해 미국의 특정 주에서는 초밥집의 모든 회를 반드시 냉동시키도록 법제화 하고 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헐리우드 영화에서 시뻘건 고기를 슥슥 썰어 먹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야만스러운 느낌을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도 회는 참 좋아해서 종류 가리지 않고 참 잘도 먹었다. 그야말로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결과적으로, 붉은 고기에 대한 두려움이 보호 본능 때문이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쉐도우복싱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의 두려움이 더 있는데, 바로 '피'다. 고기는 그렇다 쳐도, 그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굳이 먹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붉은 액체는 과연 피일까? 다음 글을 통해 알아보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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